[투데이T] 종부세·양도세 중복규제…‘고가-저가 양극화’ 급부상
강남권 잇단 신고가 속출…‘똘똘한 한 채’ 선호에 집값 혼돈
대출 총량관리 후, 중저가 ‘노도강’ 보다 ‘강남3구’ 더 올라

[투데이T 천수진 기자] 서울 아파트 시장에서 고가와 중저가 아파트 간 양극화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종합부동산세, 대출 규제 등 각종 규제가 고가주택과 다주택자를 겨냥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고가보다는 저가주택이 더 먼저 타격을 받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아파트 거래량은 줄었지만 금융당국의 총량 규제 이후 고가 아파트 거래 비중은 오히려 확대됐다.
최근 극심한 ‘거래 절벽’ 속에서도 상대적으로 고가주택 비중은 커지고, 신고가를 찍는 단지도 속출하고 있다.
올해 8∼11월 9억원 초과 실거래가 신고 건수는 현재까지 총 5086건으로 전체 거래량의 48.5%에 달했다. 이는 4∼7월에 신고된 9억원 초과 비중 41.9%(7409건)보다 6.8%포인트(p) 이상 높은 것이다.
아예 서울에서 대출이 안 되는 15억원 초과 아파트 거래 비중도 18.0%에 달해 대출 규제 강화 직전의 15.9%보다 2%p 이상 커졌다.
30억원 초과 초고가 아파트 거래 비중 역시 대출 규제 강화 이후(8∼11월) 2.7%(278건)로, 직전 4개월(4∼7월)의 2.4%(429건)보다 비중이 소폭 확대됐다.
◇ 9억원 초과 고가 아파트보다 ‘중저가’ 타격
12일 국토교통부의 실거래가 자료를 분석한 결과 금융당국이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총량 관리를 본격적으로 강화하기 시작한 올해 8월 이후 11월 말까지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 신고 건수는 이날 기준 총 1만489건으로, 직전 4개월(4∼7월)간 1만7663건에 비해 7000건 이상 줄었다.
집값이 단기 급등한 데 따른 피로감에다 강력한 대출 규제로 매수세가 위축되자 비강남권은 하향 안정세로 돌아선 것으로 보인다.
11월 계약 물건은 아직 이달 말까지 신고 기간이 남아 있지만 최근 시장 분위기를 고려할 때 거래량 감소는 불가피한 상황이다.
9억원 이하 거래비중은 4∼7월 58.1%에서 8∼11월 51.5%로, 대출 규제가 없는 6억원 이하 비중은 28%에서 24.3%로 각각 줄었다.
◇ 강남권 잇단 거래 행렬…‘똘똘한 1채’ 선호
최근 거래 위축 속에서도 강남권에서는 최고가 거래 행렬이 줄을 잇고 있다.
반포 아크로리버파크 전용면적 84.95㎡의 경우 지난달 15일 45억원에 거래됐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 84.43㎡도 지난달 15일 역대 최고가인 28억2000만원에 팔렸고,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1차 전용 244.66㎡는 39층이 올해 1월 55억9000만원보다 6억3000만원 높은 62억2000만원에 최근 거래되며 신고가를 찍었다.
이에 비해 노원구 상계동 벽산아파트 전용 46.8㎡는 이달 2일에 9월 고점(5억7750만원) 대비 7750만원 낮은 5억원에 계약됐고, 상계주공4(고층) 전용 58.01㎡는 지난달 12일에 7월 고점(8억1500만원)보다 6000만원가량 낮은 7억4700만원에 거래됐다.
또 금천구 시흥동 관악산벽산타운5 전용 84.97㎡는 지난달 11일 6억8000만원에, 도봉구 쌍문동 한양2차 전용 84.9㎡는 지난달 26일 6억8500만원에 거래되는 등 올해 고점 대비 1500만∼2000만원씩 낮은 금액의 거래들이 눈에 띄었다.
고가 아파트 거래비중이 상대적으로 커진 배경에는 서울 아파트값이 오르면서 일부 중저가 아파트가 9억원 초과 고가 아파트에 편입된 영향도 있다.
그러나 이보다는 금융당국이 대출 총량 규제에 나서고,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적용을 확대하면서 애초 대출 규제가 강한 9억원 초과 아파트보다 중저가 아파트들이 더 큰 타격을 받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지난주 한국부동산원 조사에서 상대적으로 중저가 아파트가 많은 노원(0.07%)·도봉(0.07%)·강북구(0.01%) 등 ‘노도강’ 지역과 금천(0.04%)·관악(0.01%)·구로(0.12%) 등 ‘금관구’ 지역의 아파트값 상승률은 서초(0.17%)·강남(0.14%)·송파구(0.14%) 등 ‘강남3구’보다 낮았다.
노원구 상계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당초 대출이 중단된 15억원 초과 고가주택이 많은 강남권은 수십억원짜리 아파트를 사려고 현금을 싸 들고 오지만 강북에서는 대출을 끼지 않는 경우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며 “현금 부자들이 집을 사는 강남은 DSR 등 돈줄 죄기에 영향을 덜 받고, 서민 아파트가 직격탄을 맞은 격”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고가주택과 저가주택 간 양극화 현상이 앞으로 더욱 심화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