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T][송찬호 행복건축협동조합 이사장 인터뷰] “주거혁명의 시작, 소비자가 신뢰할 수 있는 건축협동조합 만들 것”
전문 강사진 섭외·예비 건축주 커리큘럼 기초·심화 강화
건축학교 전문지식 공유···설계부터 시공까지 책임 다해
건축 각 분야 민간 전문가와 현장 곳곳에서 '사회적 소통'

[투데이T 천수진 기자] 모든 사람은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기 위한 최소한의 기준을 충족하는 적절한 주거지에서 거주할 수 있는 주거권이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도심에서 불안정한 삶에 대비하며 높은 주거비 부담을 안고 살아간다. 그럴수록 우리 사회는 개인의 프라이버시가 보장되면서 가족 또는 사회공동체가 편안한 공간, 안식처에 대한 열망이 강해지고 있다.
경제·사회·문화적 요구에 발맞춰 건축사업을 통해 신뢰할 수 있는 건축문화를 만들고 전문지식의 나눔을 실천하는 사회적 기업인 행복건축협동조합은 소규모 건축, 수익형 부동산 건축, 주거 건축 등을 통해 건축의 질을 높이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최근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내 집 마련이 쉽지 않은 시대다. 이에 MZ세대뿐만 아니라 은퇴 후 행복한 삶을 위해 내 집 짓기에 도전하는 사람들을 위한 행복건축학교를 운영하며 직접 교육 도맡아 진행하는 행복건축협동조합의 송찬호 이사장을 만나 그동안의 여정과 향후 조합의 가치철학을 들어봤다.
-집짓기 열풍이 뜨거운데 행복건축협동조합의 ‘집’에 대한 인식과 가치를 말씀해주신다면.
최근 많은 사람이 주거를 목적으로 스스로 집 짓기에 도전하고 있다. 경제적으로 인플레이션의 몸살을 겪는 가운데 지역사회의 도시재생, 예비 건축주의 건축교육, 노후주거지에 대한 문제 해결 등 사회적 유용성을 갖춘 조합이 되고자 건축사업에 책임을 다하는 것이 중요하다.
건축사업을 계획하고 실행하는 건축PM으로 시작해 업계에서 충분한 자율성을 지니지만 사회적 가치와 공공성에 중심을 두고 조합을 운영하고 있다.
‘집’이란 결국 ‘살아가는 것’을 의미한다. 집은 주택 용도의 건축물로 ‘삶’을 살아가는 공간이다. 사람이 안전하고 편안하게 살기 위해 짓는 집은 개인은 물론 가족 구성원이 ‘살기 좋은 집’이어야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 주택시장의 현실에서 보면 집을 보유하지 못했을 때의 위험이 상당히 크다. 오죽하면 20대 젊은이들의 목표가 ‘영끌하여 내집 마련하기’인 것이다. 집은 삶의 터전이면서 재테크의 수단이 되고 있다.
그런데 이렇게 개인이 평생을 모을 수 있는 자산으로 직접 집이나 건물을 짓겠다는 계획은 얼마나 큰 의미인가. 인생의 목표이자 거대한 ‘꿈’의 실현과정이다.
조합의 조합원들은 다양한 목적으로 안전하고 경제적인 집을 짓기 위해 모였다. 소득 대비 부담 없는 가격으로 적정 수준의 주거비용을 들여 자신의 보금자리 마련을 목적으로 조합이 만들어진 것이다. 수익형 건물을 건축하는 경우에도 이윤 추구보다는 안전하고 행복한 삶을 위한 주거 민주주의 실현의 가치를 최우선하고 있다.

-행복건축협동조합은 비영리법인이다. 중소형 건축시장에서 다양한 세대의 건축주와 전문가들이 집짓기 전 과정에 참여하고 있다. 3년여 간 운영하시면서 어려운 점이 있었다면.
행복건축협동조합은 비영리법인이기에 현실적으로 재정상 어려움이 많았다. 그동안 조합은 조합원뿐만 아니라 설계부터 시공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건축전문가들이 공존과 상생이라는 가치 아래 조합과 협력해 운영이 가능했다.
주거 여건은 많이 개선됐지만 함께 집을 짓는 사람들의 ‘관계’와 ‘공동체 가치’는 집의 상품화와 자산화라는 주거자본주의에 밀려 집을 짓고자 하는 건축주, 설계자, 시공사의 평등한 주거민주주의는 아직 제자리를 찾지 못했다.
이에 건축주는 건축학교에서 집 짓기 전반의 지식을 습득하고 건축전문가들은 자신만의 특별한 집짓기 지식과 노하우를 공유하며 신뢰할 수 있는 건축문화의 초석을 닦고 있다고 보면 좋겠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분쟁과 소송으로 얼룩진 건축현장들이 발생한다. 그러면 그때마다 조합은 건축주와 건축가 간의 오해의 간극과 지식의 격차를 좁히고 건축주와의 계약에서 설계자, 시공자, 감리자 등이 모든 협력과 소통을 이끌어내야 한다.
건축 인허가, 시공사 선정 등 복잡한 건축 과정은 차치하더라도 건축주와 건축가가 함께 집을 짓자면 오해와 갈등을 해결해야 한다.
건축주가 생각하는 삶의 가치를 건축가가 읽어내 집으로 탄생시키는 과정이 순탄하다면야 ‘집 한 채 지으면 10년은 족히 늙는다’는 표현은 애당초 없었을 것이다.
조합원으로 참여하는 건축전문가들이 건축 단계별로 필요한 전문지식을 공유하고 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어려움과 시장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솔선수범으로 나서기에 가능한 일이다.
-초보건축주가 집짓기 과정에서 건축 사업계획, 금융, 설계, 시공까지 모든 과정에서 전문가가 되기는 어렵다.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예비건축주가 건축의 모든 과정에 대해 알고 집을 짓는 건축전문가가 되기란 사실 불가능하다. 설계, 금융, 시공 등 각 세부 분야의 전문가들도 본인의 영역 외에는 잘 모르는 부분이 있기 마련인데 초보 건축주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몇 가지가 있다.
우선 진행하고자 하는 건축 프로젝트와 관련해서 ‘제대로 아는 것’과 믿고 맡긴 전문가들에 대한 ‘신뢰’를 갖는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건축주가 나름 공부를 하고 발품을 팔며 정보를 얻는다고 해도 잘못된 건축 지식으로 스스로 발목 잡히는 경우가 많다. 또한 주변에서 들은 건축 실패 사례를 맹신해서 또는 함께 일하는 전문가들을 믿지 못하고 헛된 시간과 돈을 낭비하는 경우도 있다.
결국 만족할 수 있는 집이란, 집 짓는 전 과정에 대해 건축주가 알고 있는 지식이 제대로 된 것이어야 가능하다.
주택과 비주택에 대해 구분하고 용도와 목적에 맞게 자신이 짓고자 하는 집을 지을 수 있는 건축전문가를 만나는 것이 그 무엇보다 가장 중요하다.
-예비 건축주를 위한 건축주 아카데미가 맞춤형으로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나오고 있다. 행복건축협동조합은 어떤 곳인지. 좋은 집을 짓고 싶은 건축주를 위해 신뢰할 수 있는 건축과정과 문화 조성에 힘쓰고 계신데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지.
내 집 짓기에 나선 예비 건축주의 가장 큰 어려움은 현장에서 건축가나 시공사와 정보비대칭으로 인한 것이다. 그때마다 전문가를 찾거나 전문서적을 찾아볼 수는 없다. 행복건축협동조합은 예비 건축주들이 건물을 짓기 전에 건축 전반에 대한 기본기를 다지는 곳이기도 하다.
조합의 예비 건축주는 토지구입부터 직접 기획, 설계, 발주과정에서 견적 검토, 시공자 선정, 시공, 유지관리에 이르는 전 과정을 체계적으로 학습하고 참여할 수 있다.
건축 프로젝트 전 과정에서 건축의 단계는 크게 설계-인허가, 시공-준공의 단계로 나눌 수 있는데 이 과정에서 조합원으로 선정된 설계사는 건축주의 건축 목적 및 디자인 취향을 반영해 건축관련 법규에 맞는 설계도서를 작성하고 건축허가까지 담당한다. 착공 신고부터 준공까지는 시공사와 감리사가 담당한다.
건축설계를 한 설계사에 감리 업무까지 대개는 모든 일을 건축 전문가에게 맡기는 경우가 많지만 조합의 예비 건축주는 설계부터 감리, 시공까지 현장에서 다양한 조합원들과 만나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고, 업체 간 이견이 있을 경우 이를 조율해 나갈 수도 있다.
건물주가 되려는 건축주가 꼭 알아야 할 핵심역량은 다음 3가지다.
첫째, 건축 사업 계획 수립을 위한 수지 분석이다. 시장조사를 통해 건축 목표와 용도결정에 맞춰 정해진 예산을 가지고 어떤 부지가 목적에 맞는 수익을 낼 수 있는지를 산출해야 한다. 부지매입금액과 희망 건축물의 용도에 따른 예상 분양가와 임대료를 파악해보면 건축 과정에서 언제 얼마의 자금이 투입돼야 하는지 알 수 있다.
두 번째는 설계 도면을 볼 줄 알아야 한다. 물론 설계 전문가들이 건축설계계획 과정에서 이해를 돕기 위해 설명해준다. 하지만 건축주라면 건축물의 용도를 결정한 뒤에 유사한 건물과 견본주택 등을 사전답사하고 원하는 방향으로 설계가 진행되고 있는지, 도면에 어떤 내용이 표기되어 있는지 정도는 알 수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시공사 내역서를 볼 수 있어야 한다. 시공사의 내역서는 건축의 기본 문법이 적용된 문서이다. 어떤 자재가 얼마만큼 투입됐는지, 산출된 최종 견적 금액이 내 집의 내구성에 맞게 적정한지를 판단해봐야 한다.
-건물의 노후화가 급속도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도심 건물유형별 주택 가치와 리모델링의 가치가 상승하고 있다. 건축주가 분쟁 없이 건축을 하기 위해서 알아야 할 필수지식에는 무엇이 있는가.
신축이든 리모델링이든 분쟁 없이 건축을 진행하는 것이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하다. 건축과정의 곳곳에서 전문 업종이라는 미명하에 무의식적 관행과 불법 건축현장도 볼 수 있다. 하지만 건축 분쟁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은 있다.
먼저 신축의 경우 건축물의 용도결정이 가장 중요하다. 건축주가 어떤 용도로 무엇을 지을지 생각하고 건축부지를 매입해야 한다.
‘대지’라고 해서 모두 건축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건축할 수 있는 대지는 접도요건을 갖춰야 하며, 대지가 아니더라도 건축할 수 있는 지목인지도 확인한다. 부지매입은 부지가 건축허가에 저촉 사유가 있는지 설계사무소와 해당 지자체를 통해 꼭 확인해야 한다.
부지 주변에 동서남북으로 새로 신축한 건물의 유무와 해당 부지의 지반상태도 알아봐야 할 뿐만 아니라 각종 등기권리관계 서류와 토지이용계획 확인원이나 건축물·토지대장 등 각종 공부를 중개업소를 통해 꼼꼼히 살펴본 후 계약해야 한다.
리모델링의 경우, 건축물대장 등을 통해 현황 파악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노후된 건물일수록, 숨어 있는 변수가 많다. 이는 실제 공사에 들어갔을 때 추가 공사를 요구하며 공사비용 증액, 공기 지연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또 소음 등의 민원으로 공사를 중지하거나 공법을 바꿔야 하는 상황도 발생하고, 기상 상황에 따라 작업 일수가 부족하고, 자재의 수급난에 따른 가격의 인상 및 수급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 이 모든 것을 예측하고 공사도급계약에 반영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지만 예측하고 대비하는 준비자세를 갖춰야 한다.
건축물대장이나 기존 도면과 실제 건물의 현황이 다른 경우도 허다하다. 오래된 건물일수록 이런 일은 다반사다.
-행복건축협동조합의 가치철학은 무엇이고 그동안 협동조합 운영의 의의와 성과는 무엇인가.
건축 전문가가 참여하는 대규모 현장에서도 공사 중단이나 유치권 행사 등의 불미스러운 사태가 벌어진다. 그런데 문제의 원인은 언제나 ‘소통’에 있다.
건축 분쟁은 명확하지 않은 설계를 근거로 한 공사도급계약에서 가장 많이 발생한다. 분쟁이 발생하는 요인을 보면 공사비 등 비용에 관한 부분과 공기 지연에 따른 손실부담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조합은 이러한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양측이 서로 진심으로 소통할 수 있도록 조력하고 있다.
그동안 조합이 이룬 성과 중 하나는 예비 건축주를 대상으로 개설한 행복건축학교 수료생만 150명이 넘는다는 것이다. 첫 기수에는 10명도 안 되는 수강생으로 시작했지만 기수별로 커뮤니티가 자자체적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어떤 문제든 서로 정보를 공유해 해결한다. 개인의 힘을 약할 수 있지만, 조합의 힘은 큰 힘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이제 앞으로도 조합은 중소형 건축 시장에서 하나의 소비자 운동처럼, 주거 환경을 개선하고 건축 현장에서 좀 더 안전하게 집을 짓고 건축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주체적으로 해결하는 사회적 기업이 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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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찬호 행복건축협동조합 이사장 인터뷰] “주거혁명의 시작, 소비자가 신뢰할 수 있는 건축협
모든 사람은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기 위한 최소한의 기준을 충족하는 적절한 주거지에서 거주할 수 있는 주거권이 있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도심에서 불안정한 삶에 대비하며 높은 주거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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