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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T 데스크칼럼] 파업을 보는 시선에서 빠진 공감과 연대에 대한 단상

today T 2022. 6. 10. 15:03

[투데이T 천수진 기자]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가 총파업에 돌입한 지 사흘째. 이번 파업을 두고 정치적 해석과 사회적 분석이 한창이다. 새롭지도 않은 일이지만 새 정부가 이번 화물연대 파업을 대하는 기조는 향후 현 정권의 노동정책과 노조를 보는 가늠좌가 될 수 있어 세간의 관심이 쏠린다.

화물연대는 현재 안전운임제 폐지 철회 등을 주요 조건으로 내걸고 있다. 안전운임제는 화물 기사들의 적정임금을 보장해 과로·과적·과속을 방지하겠다는 취지로 도입된 제도로, '일몰제'여서 올해 말 폐지될 예정이다.

화물연대 무기한 파업에 전국 곳곳에서 물류 차질도 불가피해지고 있다. 시멘트 출하 중단 여파로 시멘트를 받아 제품을 생산하는 레미콘 공장이 멈춰 섰고, 각종 원자재 공급 차질로 인해 완성차 업체의 생산 차질도 현실화되고 있다며 걱정이 쏟아진다.

이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은 10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최근 화물연대 파업과 관련해 “그동안 정부의 개입이 결국 노사관계와 문화를 형성하는데 바람직한 건지 의문이 많다”며 “정부가 여론을 따라 노사 문제에 깊이 개입하면 원만하게 문제를 풀어갈 수 있는 역량과 환경이 전혀 축적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래서인지 야당이 파업 문제를 풀기 위해 마련한 자리에 국토부 공무원들은 참석하지 않았다.

노사 협상의 자율권을 보장해 주려는 것인지, 책임의 회피인지 애매모호 한 태도가 읽히지만 여하튼 정부는 원칙적으로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 등과 관련해서 화물연대와 물밑 대화를 이어가고 있다고 밝히며 대화 의지를 내비치기는 했다.

지금 정부가 파업을 대하는 자세는 전혀 새롭지 않다. 익숙하다고도 보는 게 더 나을 듯 싶다. 그럼 우리는 어떨까. 이제까지 우리는 산업 현장 곳곳에서 벌어지는 파업에 대해 어떤 시각을 가지고 있었을까. 딱히 고민해 볼 필요도 없이 부정하기도 어려운 색깔론에 기댄 부정적 시각이 지배적이다.

일례로 화물연대가 파업을 하면 산업경제의 동맥인 물류의 흐름을 저해하는 ‘발목 잡이’로, 대중교통 종사자가 파업을 하면 시민의 출근 수단을 볼모로 ‘발목 잡이’한다고 여론의 뭇매를 맞는다. ‘귀족 노조의 파업’, ‘강성 노조가 저성장의 원인’ 등으로 표현되는 보수언론의 헤드카피도 대부분 같은 맥락에서 나온다. ‘이현령비현령’ 식의 이유 찾기가 그 배경에 대한 고민조차 못하도록 사전 기제를 형성한하는 꼴이다.

결국 해당 종사자들이 어떤 명분으로 파업에 돌입한들 경제와 시민의 생산성과 편의성이 침해된다며 빠른 해산과 정상화를 요구하게 한다. 불법적 행태를 보이지만 않는다면 노동쟁의 자체가 헌법에 보장된 가치이지만 우리 사회는 파업 그 자체에 대한 이유와 배경에 무관심하고 연대와 공감에 대단히 미숙한 모습을 보인다.

우리의 주류적 잣대로라면 대한민국에서의 파업은 모두 사회적 질서를 해치는 불필요한 행위이자 비생산적 활동으로 치부될 수밖에 없다. 어떤 파업도 그 기준에서는 자율성과 타당성을 인정받기 힘든 정서적 구조를 갖게 된 것이다. 가끔 나오는 외신에서 경찰노조와 소방관노조, 공무원이자 노동자인 각계 산업 종사자들의 파업에 시민들이 지지와 연대를 보이며 동참하는 것과는 대조를 이루는 대목이기도 하다.

우리 사회만 특별해서일까. 아니면 우리는 그렇게 학습된 것일까. 현 정권 처음으로 벌어진 화물연대 파업의 옳고 그름을 따지자는 말은 아니다. 파업의 정당성에 대한 판단은 개개인의 몫이고 숙고해야 할 부분이다.

하지만 무턱대고 파업으로 인한 불편만으로 여론몰이를 하는 동시에 노동자와 산업경제계의 현실을 애써 외면하는 습관적 사고는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나만의 편리와 나라 걱정에 뼈아프고 적나라한 우리네 노동 환경을 외면한 채 파업에 간접적으로 세뇌된 정치적 색안경을 덧씌울 필요는 없다는 말이다. 나는 한 번이라도 파업을 지지했던 적이 있었는가.

내가 종사하는 산업 현장에서 부당하고 부조리한 환경이 나의 힘으로만은 타개할 수 없을 때, 제도적 방법으로 해결이 불가할 때. 각성한 사고에 따른 나의 단체행동의 참여가 별다른 고민도 없이 무의식적으로 매도된다면 나 역시 외롭고 분하지 않겠는가. 모든 행동에는 이유가 있고 파업에도 저마다 사연이 있지만 그것을 보는 사고는 대단히 기계적이다.

다양하지도 않고 천편일률적이다. 때론 공감과 연대를 바탕으로 하는 대화가 다소 느껴지는 우리의 불편을 해소하는 가장 빠른 길일 것이다. 새 정부 초기 누구의 시선이 아닌 나만의 시선으로 또 언제나 내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사회적 현안을 한 번쯤 되새겨보면 어떨까 싶다. 파업을 보는 왜곡되고 일방적이고 편향된 시선에 균형을 찾아보자는 말이니 오해 마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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