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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T 데스크칼럼] 자동차보험정비협의회와 그라운드 제로

today T 2022. 9. 19. 15:07

[투데이T 김정규 기자] 자동차 정비요금의 합리적 산정을 위한 시간당공임 산출산식 연구용역 착수 과정이 쉽지 않아 보인다. 고질적인 손해보험업계와 정비업계 간 불신과 관행이 ‘보이지 않는 손’으로 작용하는 탓인지 마무리될 즈음만 되면 새로운 돌발변수가 나온다.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 개정 이후 기존의 실효성 논란을 탈피하고 싶은 보험정비협의회의 시간당공임 산출산식 연구용역 진행이라는 첫 작품은 최근 양 업계와 공익위원의 전원 서명으로 합의를 이루고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모습이다. 큰 뜻의 합의와 별도로 업계의 이익을 대변할 ‘안전판’ 역할을 할 추가 조항을 갖고 시시비비를 가리며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는 지적에서 자유롭지 못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벌써부터 업계에선 이렇다 할 결과물을 내지 못하고 해를 넘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면서 협의회 공익위원들과 공익위원이자 소관부처인 국토교통부의 중재력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하고 있다.

현재로선 업계 간 이견으로 국토부의 중재와 제안대로 제3의 기관인 ‘한국산업관계연구원’에서 진행하고자 했던 연구용역이 손보업계의 단서 조항 제안에 발목이 잡힌 가운데 물밑 협상이 한창이지만 결과를 낙관하기는 이르다. 정비업계의 한 축인 전국검사정비연합회가 손보업계가 주장하는 ‘각 업계 자문위원 추천’을 ‘불필요하다’고 반발하고 있고, 또 다른 축인 한국검사정비연합회 역시 아무리 연구용역 착수가 우선이라 하더라도 쉽게 손보 의견에 동조하기는 명분과 실리 모두 찾기 어려운 입장이란 전망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이러자 업계에선 국토부를 포함한 공익위원들이 손보 측에 끌려다니는 듯한 모습을 보이며 협의회의 공신력을 위태롭게 하고 있다는 쓴소리가 들린다. 결국 오랜 역사를 가진 손보와 정비업계 간 ‘기울어진 운동장’ 내 힘과 시장 논리가 협의회의 합의 원칙과 기준을 흔들며 객관적 논의를 저해, 대승적 목표를 지연시키는 것을 조절 또는 통제하지 못하면 과거 협의회의 전철을 밟을 수밖에 없다는 비관론이 낙관론을 압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시간당공임 연구용역 시나리오가 차질을 빚고 있는 데는 손보의 책임이 크다. 갑작스레 들고나온 자문위원 추천이라는 것 자체가 용역 진행 내내 관찰자 역할을 하며 착수, 중간, 최종 보고 곳곳에서 업계의 의견을 대변할 것이고 그로 인한 용역 지연이 불가피해서다. 결과물을 갖고 협의해도 되는 사안을 속도를 늦출 여지를 두면서까지 할 이유가 없는 데도 말이다.

산출산식 연구용역 진행 속도를 두고도 손보와 정비의 온도차는 크다. 물론 협의를 전제로 하지만 빠른 결과물을 통해 현장 정비요금의 현실성과 경제성을 확보하려는 정비와 달리 손보는 권고에 그치는 결과값이 해를 넘기든 언제 나오든 지금으로서는 아쉬울 부분이 전혀 없다. 그러니 지금의 추가 조항 제안이 용역 지연을 위한 ‘꼼수’로 읽혀도 억울하다고 말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

그동안 보험정비협의회의 역사와 과정은 정비와 손보의 ‘관계의 날 것’을 있는 그대로 투영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언제나 그렇듯이 잡음과 불협화음이 합리적 대화를 차단했고 이해 충돌에 기반한 전략 전술은 상생의 기치를 요원하게만 했다.

이제라도 달라져야 한다. 산업 전반에 만연한 우리나라만의 기울어진 운동장의 태생적 한계와 시스템을 극복하기 위해선 땅을 갈아엎으려는 수고로움과 용기, 땀과 다짐, 인내가 필수불가결한 요소이다.

하루아침에 될 일이 아니었다. 그렇다면 또 다른 축인 정비업계는 새로운 운동장을 만들 준비가 됐을까. “그들과 경쟁해 이게 되겠어”식의 패배의식이 자주 들려왔지만 이제 달라진 제도와 환경 속에서 운동장의 기울기를 다소나마 줄일 메시지와 실행력을 갖췄는지 자문해 봐야 할 때이다.

운동장만 탓하며 얻을 수 있는 것은 없다. 공정한 경쟁과 합리적 대우를 바탕으로 서로가 함께 살기를 바란다면 ‘그라운드 제로’가 최우선이다. 보험정비협의회의 모든 과정이 바로 그 시험대이다.

출처 : 투데이 T(http://www.todayt.co.kr)

http://www.todayt.co.kr/news/articleView.html?idxno=4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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