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투데이T] 전국적으로 움직이는 택시요금 인상안…서민 부담 안 보이는 ‘택시 대란’ 해결책?

today T 2022. 9. 30. 15:25

서울시의회, 기본요금 인상안 통과…수도권·지방, 이참에 우리도
‘택시운송수익 올려 이탈 기사들 복귀 유도’ 명분에 시민은 ‘야속’
“일방적 인상 방법도 가지가지” “정치적 배경도 의심” 의견 분분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투데이T 이형구 기자] 서울 택시 기본요금이 오를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기본거리도 줄어들고 심야할증 탄력요금제도 도입한다. 요금 인상 움직임은 수도권에서도 감지되고 전국적으로 요동칠 것으로 관측된다.

한동안 이탈하고 있는 택시 기사들을 유입해 심화하고 있는 ‘택시 대란’을 해소한다는 계획이지만, 막상 고물가에 고통받고 있는 서민경제를 모른채 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대부분의 지자체가 추진하는 택시 요금 인상안은 물가대책심의위원회 등을 거쳐 이르면 내년부터 적용될 전망이다.

업계에 따르면, 먼저 서울 택시 기본요금을 4천800원으로 올리고 심야할증 탄력요금제를 도입하는 내용의 서울시 택시요금 조정안이 지난 28일 서울시의회를 통과했다.

조정안은 내년 2월부터 중형택시 기본요금을 3천800원에서 1천원 올리는 내용을 담았다. 동시에 기본거리는 현행 2㎞에서 1.6㎞로 줄이고 거리요금 및 시간요금 기준도 조정토록 했다. 결과적으로 요금 미터기가 더 빨리 오르기 시작하고, 오르는 속도도 더 빨라지게 된다.

심야할증 탄력요금제도 도입된다. 현재 자정부터 다음 날 오전 4시까지인 심야할증 시간을 밤 10시로 앞당기고, 승객이 많은 밤 11시부터 오전 2시에는 할증률을 20%에서 40%로 상향한다. 이렇게 되면 밤 11시부터 오전 2시까지 기본요금은 현행 4천600원에서 5천300원까지 올라간다.

이번 조정안은 10월 말 열리는 물가대책심의위원회를 통과하면 최종 확정된다. 실제 조정안이 적용되는 시점은 심야 탄력요금제는 연말, 기본요금 인상은 내년 2월이 될 전망이다. 조정안 확정을 위한 물가대책심의위원회는 다음 달 말께 열 예정이다.

서울시는 요금 조정을 통해 택시 운송수익을 높여 배달업 등 다른 직종으로 이탈한 택시 기사의 복귀를 유도하고, 궁극적으로 택시 공급을 늘려 심야 '택시 대란'을 잡겠다는 계획이다.

시의회는 28일 오후 제314회 임시회 본회의를 열어 서울시가 제출한 '택시 심야할증 및 기본요금 조정안에 대한 의견청취안'을 가결했다. 재석 의원 92명 가운데 85명이 찬성했고 반대는 2명, 기권은 5명이었다.

서울시가 택시요금 인상안을 만지작거리자 수도권에서도 같은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경기도는 2019년 5월 3천원이던 택시 기본요금을 3천800원으로 인상한 지 3년여 만에 '택시요금 조정 용역'을 준비 중이다. 그동안 경기도와 서울시, 인천시는 정책 협의를 통해 동일하거나 비슷한 수준으로 택시요금을 올린 바 있어 서울시와 크게 다르지 않은 수준에서 인상 폭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추세는 전국적 흐름을 보이고 있다. 강원도는 지난 4월 이미 기본요금을 3천300원에서 3천800원으로 올렸고, 충북도는 지난달 택시요금 용역을 진행했다. 당시 용역 설명회에서는 동결과 200원·500원·1천원 인상안이 제시됐는데, 용역사는 200원을 인상하는 것을 적정안으로 내놨다.

광주시는 현재 3천300원인 기본요금을 500원·700원·1천원 올리는 세 가지 용역 결과를 두고 고심 중이며, 전남·제주·대전·울산시 등도 적정 인상 폭을 살펴보기 위한 용역을 추진 중이다.

다만 지난해 택시 기본요금을 3천300원에서 3천800원으로 올린 부산시는 올해는 동결하고, 내년에 추가 인상 여부를 검토하기로 했다.

하지만 택시 이용이 잦은 시민들의 반응은 좋지 않은 분위기이다. 고물가가 이어지며 주머니 부담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택시요금마저 오르는 게 이해될 이유가 없어서다. 경기도에 출퇴근을 하고 있는 직장인 이모(37)씨는 “업무 때문에 퇴근 시간이 늦어져 택시 이용이 많은 편인데 기본요금마저 오른다니 벌써 부담이 느껴진다”며 “일의 형편상 대중교통 이용에도 제약이 있는데 앞으로 어떻게 조정을 해야 할지 난감하다”고 했다.

택시업계에서 일하다 다른 업종에 근무하고 있는 장모(43)씨는 “택시업계 살리려고 서민 부담을 키우는 꼴”이라며 “택시 대란을 해소하는 방법이 요금 인상안 한가지라면 이제까지 오르기만 했던 요금 인상에 대한 답변이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과거 물가 인상을 이유로 요금 인상의 명분을 쌓고 대부분의 육상 대중교통 요금은 이제까지 오르기만 했다”며 “좀 더 시대에 맞는 대안 고민 없이 모든 요금으로 해결하려는 구시대적 발상을 탈피해야 한다”고 인상안에 날을 세웠다.

익명을 요구한 교통업계 한 전문가는 ‘매번 승리하는 정치적 배경’을 꼬집었다. “결국 또 정치적 로비가 요금 인상안을 주도했다는 느낌”이라며 “총선이 다가올수록 매번 느끼는 거지만 거대 택시업계의 표심을 움직인다고 생각하는 몇몇 구태한 단체장들의 로비력과 업계의 환심을 사려는 정치권이 이 같은 결과물을 만들고 있고 그 지점에서 서민들의 부담이나 색다른 대안 도출을 기대하기는 지금이나 앞으로도 어렵다고 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출처 : 투데이 T(http://www.today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