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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T] 은마 GTX터널 ‘안전불감증’ 시위 지속… “극심한 지역이기주의” vs “막연한 불안감 확산”

today T 2022. 12. 26. 15:37

국토부·현대건설 “발파 없이 TBM으로 안전하게 굴착”
은마아파트 재추위 “가이드라인 지켜 시위 계속할 것”
전문가 "굴착 과정, 지상 위 주거지에 미치는 위험성↓”

[투데이T 천수진 기자] 은마아파트 재건축 추진위원회 일부 주민들이 법원의 시위 금지 가처분 결정에도 시위 경로와 현수막 문구 등을 일부 변경한 채 상가 등이 밀집한 서울 한남동 정의선 현대차그룹 자택 반경 100m 밖에서 시위를 지속해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은마아파트에 대한 일반 국민의 악화되는 여론 또한 지자체들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정비사업으로서는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데 향후 재건축사업 진행에 적잖은 영향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은마아파트 재추위와 GTX-C 사업의 시공사(우선협상대상자)인 현대건설에 내홍이 번진 데는 은마아파트를 지나는 지하구간 깊이는 60m에 이르기 때문에 지반 침하에 대한 우려에서 출발한다. 재추위는 GTX-C노선이 은마아파트 지하 대심도를 지나가는 설계에 반대하면서 은마 전체 세대 4424가구주민 90%가 반대탄원서를 작성했는데 현대건설과는 지난 8월 우회노선안을 적극 협조하기로 했다는 점이다. 

재추위는 “현대건설이 ‘GTX-C 노선 반대 여론에 은마아파트 주민 일부의 선동’이라며 지난 8월 19일 GTX-C 노선 우회안에 협조한다는 내용의 협약과 달리 입장을 바꾼 것은 무책임하다”고 주장했다.

현대건설은 은마아파트 하부 통과 구간에는 진동 및 소음이 발생하지 않는 대형터널굴착기(TBM) 공법을 적용할 계획이다. 이는 굴착장비 머리 부분의 커터를 회전시켜 암반을 잘게 부수며 나아가는 기계식 회전굴착 방식이다. 서울 지하철 평균 심도는 30m 정도인데 GTX-C노선은 40m 지하를 관통한다. 35층짜리 아파트가 새로 지어지면 12m가량이 지하 주차장으로 파인다. 이럴 경우 기존 60m에서 50m로 깊이가 줄어든다. 

이에 대해 시공사인 현대건설측은 “단지 하부의 단단한 지질과 대심도 공법에 대한 이해, 발파가 아닌 기계식 굴착으로 안전하게 시공할 것이다. 막연한 불안감을 이용해 주민들을 선동하고 사실을 왜곡하는 추진위의 행보에 대응한 것 뿐”이라고 밝혔다. 

최정희 은마 재건축 추진위원장은 “시위가 아예 금지된 것이 아니다. 법원의 결정은 정 회장 자택 반경 100m 이내에서 시위를 제한하고, 정 회장 이름 등을 언급한 현수막이나 피켓 등을 걸지 말라는 것”이라며 “가이드라인을 지켜 시위를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비업계관계자는 “GTX는 서울 중심지와 외곽도시를 잇는 주요 교통수단인데, 은마아파트 주민들에게서 유독 심한 님비 현상을 나타나고 있다”면서 “정부 입장에서는 막연한 불안감 확산시키는 행위를 제재할 필요가 있다고 봤을 것”이라고 했다.

한편 국토교통부와 서울시는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에 따라 재건축추진위에 대해 지난해에 비해 장기수선충당금이 급감하면서 GTX 반대 집회·시위 추진비에 유용됐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입주자대표회의에 대해서는 장기수선충담금 집행 등 공동주택 관리 업무 처리 전반에 대한 공동주택관리법령 준수 여부를 조사했다. 

그러나 국토부와 서울시 등 정부 합동점검반의 조사에 따르면 몇 가지 위법 요소는 있지만 구체적인 사항은 밝힐 수 없고 공금을 유용한 흔적은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추진위를 점검했던 한 관계자도 “장충금에 대해서 따로 확인하지 않았다”며 “이외에 그동안 추진위가 예산을 적법한 범위 내에서 사용했는지 증빙 내역 등 운영 전반을 최종적으로 확인한 결과 개개인이 자발적으로 지출한 금액이고 별도로 공금을 유용한 흔적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정부와 여당은 재건축 소수 지분을 가진 사람이 추진위원회나 조합 임원이 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의 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소규모 지분만 가지고 추진위원회·조합 임원이 돼 재건축 사업이 좌지우지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이 재건축 추진위·조합 임원이 되기 위한 지분을 한 세대의 최소 50%로 규정하는 내용의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안을 지난 5월 발의한 상태다.

◇ 국토부 “TBM 공법, 지하를 통과한다는 사실만으로 ‘위험’ 주장 근거 無”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국내 터널굴착장비(TBM) 시장 확대를 위해 공공부문을 비롯해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등에 TBM 공법의 적극 도입을 추진할 계획이다. 특히 한국형(K) TBM 기술 개발을 유도하는 한편 수요처 등에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 등도 마련한다.

TBM 공법은 기존 화약발파식(NATM) 공법 대비 소음·진동이 거의 없는 것으로 평가된다. 이 때문에 TBM 공법은 도시지역 등에서 안전하고, 환경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는 기술로 꼽힌다. 특히 기존 공법 대비 굴착 속도가 높아 공사기간 단축이 기대된다.

원 장관은 “TBM 공법은 발파 방식에 비해 소음·진동이 거의 없는데 이를 이용해 지하화 공사를 진행할 것”이라며 “공공개발에 도입될 수 있게 유도한 뒤 민간에도 쓰일 수 있도록 인센티브 등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주민들의 우려와 달리 GTX의 지하통과가 지상의 아파트에 큰 영향이 없을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건설기술사 A씨는 “GTX가 지하 50m의 대심도를 통과하는데다 발파방식이 아닌 기계식 굴착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지상엔 영향이 거의 없다. 그동안 도시지역에서 저소음, 저진동 공법을 적용함에도 소음, 진동에 대한 우려가 있었으나 TBM 공법은 첨단장비를 활용해 진동과 소음이 거의 없어 안전하고 환경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는 공법”이라고 말했다. 

국내 지질학계 최고 권위자로 꼽히는 이수곤 전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C 노선 굴착 과정에 지상 위의 주거지에 미치는 위험성이 낮다는 의견을 냈다. 다만 이 전 교수는 고층 아파트의 재건축 과정에 GTX 지하 터널이 문제될 수 있고 붕괴 위험이 낮을 뿐 전혀 없는 것도 아님을 전제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은마아파트 주민들의 숙원인 ‘층수규제 완화’를 앞두고 심의 통과가 힘들어질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은마아파트는 28개 동 4424가구에서 최고 35층 33개 동 5778가구로 재건축하는 건축심의를 통과했다. 주민들은 조합설립 후 최고 층수를 49층으로 바꾸는 중대변경을 추진하겠단 계획이다. 이를 위해선 인허가권자인 서울시의 인허가가 필요하다. 

서울시 관계자는 “은마아파트 일대는 아직까지 35층 층수규제가 적용되는 곳”이라면서 “현재 신통통합단지 등에서 일부 층수 완화가 적용돼 있지만 은마아파트에도 이러한 인센티브를 줄지는 관련 심의와 인허가 절차가 진행돼 봐야 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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