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반복되는 노동자 죽음…어떤 과거를 상속할 것인가”

today T 2021. 10. 15. 15:39

성종 때 반포된 ‘경국대전’에 수록된 바에 의하면 정부는 ‘일천즉천’(一賤卽賤)이라는 악법을 개선하지 못했다. 

당시 국민의 30% 이상 증가한 노비 숫자는 세조 때 보법(保法)으로 군역 부담이 늘고, 그 압박으로 양인이 감소한 것에 따른 것이다.

노비제는 이전 문명 즉 고려 후기의 연장선으로 보기보다는 조선 정부의 정책이 만들어 낸 결과일 수도 있다.

조선의 노비는 그 땅에서 살던 사람들이다. 신분이 양인이라고 해서 노비를 노예처럼 부릴 수 있는 책임 없는 권리가 양인에게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 당시 노비의 거주와 주인에 대한 의무를 기록한 내용을 보면 노비는 일반 농민에 가깝다.

평민인 농민이 국가에 지던 군역과 비슷한 부담을 대상이 바뀌어 주인에게 진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처럼 불완전하지만 노비와 주인의 관계를 상호 호혜적 관계로 볼 수 있다. 

지난 2년간 정부의 현장순찰 방식(패트롤) 안전점검을 완료한 건설·제조업 사업장에서 99건의 노동자 사망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가 인력·예산만 대폭 늘리고 정작 중요한 안전점검은 부실하게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건설업 현장에서 청년층이 점점 사라지는 이유 중 하나가 건설업종이 3D산업이라는 인식이 퍼져 청년들의 기피 현상이 날로 심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건설현장에서는 숙련된 인력이 항상 부족하다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산재 사망사고 감축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2019년 하반기 패트롤 점검을 완료한 건설업 사업장에서 22명이 사망했는데 지난해 상반기에는 사망자 수가 44명으로 2배나 늘었다. 또 고용노동부와 안전보건공단이 공개한 상반기 산재발생 현황에 따르면 산재사고 사망자는 474명이다. 재해 유형으로는 떨어짐이 210명, 끼임 57명, 부딪힘 38명 등이 뒤를 이었다.

정부가 산재 은폐를 줄이고 근로자가 적극적으로 보상을 신청할 수 있도록, 평균 근로시간, 노출수준, 기간 등 일정 기준을 충족한 경우 업무상 질병을 승인하기로 했지만 근로환경 개선은 미미한 수준이다. 명백히 현장 안전 관리 책임 부실이 명백히 드러난 사건임에도 재판부는 사실상 무죄나 다름없는 판결을 내리기가 부지기수다. 

기업이 생명보다 이윤을 중시하는 잘못된 인식의 지배화와 통념이 노동자를 노예로 만드는 것이다. 

또 고용부가 내년 1월 27일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앞두고 올해 산재사고 사망자를 700명대 초반까지 줄이겠다고 공언했지만 산재 사망사고는 끊이지 않는 실정이다.

계속된 노동자 사망사고에 정부는 안전 사고관리를 철저히 하고 사후대처에서 예방관리에 앞장서겠다고 했지만 사고가 나면 어김없이 산재재난 참사 피해자들과 시민사회단체들이 거리에 나와 호소한다. 

안전한 사회에 대한 열망은 노동자들만의 몫은 아니다.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기업의 책임성을 강화하고 관리감독 및 교육 시스템을 새롭게 구축할 필요가 있다.

산업재해가 자주 발생하는 건설현장에서 노동법이나 산업안전에 대한 법 위반 사항이 있는지 면밀히 살피고 안전조치 준수 여부를 집중 점검해야 한다. 

앞으로의 노동 분야의 중장기 정책 과제로는 양질의 일자리 창출, 직업능력 향상 시스템의 개선, 노동시장 이중구조 및 임금격차 완화 등이다.

경영평가에서 경영관리 분야 최하등급을 받는 기업이 하루아침에 근로환경을 개선하고 노사관계 문제를 해소하기는 어렵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내부에서 안전관리, 인력관리를 체계적으로 강화해 구조적인 위험을 파악하고 주의감독의무를 철저히 해야 한다.

 ‘미래는 도둑처럼 와 있다’는 말이 있다. 기업의 안전한 환경 개선이라는 숙제는 노사가 함께 관계의 지향점을 찾아 안전관리를 강화하고 책무성을 갖춰야 풀 수 있다. 그래야 조선 문명사를 통한 과거 역사의 성찰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더 나은 오늘, 내일을 만들 수 있다.

출처 : 투데이 T(http://www.today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