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보다 많이 팔리는 빌라···매매가 상승률 올해 첫 1%대
9월 상승률 8월의 2배, 오름폭 확대…강북권 3억원 돌파
서울에서는 빌라가 아파트보다 많이 팔리는 기현상이 9개월째 계속되고 있다.
아파트 가격 급등에 따른 금리인상과 대출 규제 기조 강화, 재개발 규제 완화 정책 발표가 맞물리면서 서울 빌라(다세대·연립주택) 매매가 월간 상승률이 1%대로 치솟았다.
서울 빌라 매매가격은 지난해 13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상승한 데 이어 올해 들어서는 작년보다 상승세가 가파른 상황이다.
24일 KB국민은행 자료에 따르면 올해 9월까지 서울의 빌라 매매가격은 6.21% 올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의 1.8배 수준으로, 지난달에는 1.4%나 폭등하며, 올해 들어 첫 1%대 상승률을 보였다.
이런 추세가 이어지면 올해 서울 연간 빌라 매매가격은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최고 상승률을 경신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현상은 아파트의 매매가뿐 아니라 전셋값마저 빠른 속도로 치솟자 서울에 내 집 마련을 하려는 수요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빌라로 옮겨간 것으로 해석된다.
KB통계로 한강 이북에 있는 강북권 14개 구의 연립주택 평균 매매가는 지난달 3억97만원으로 처음으로 3억원을 돌파했다.
한국부동산원 통계로도 서울 빌라 중위 매매가격은 지난 7월 처음으로 3.3㎡당 2000만원을 넘어섰다. 중위 매매가는 표본을 한 줄로 세웠을 때 한가운데 있는 가격을 의미한다.
부동산원 통계로 서울의 전용면적 60㎡ 이하 빌라 지하층마저 올해 평균 전세 보증금이 1억원을 넘어서자 빌라 전세 수요마저 일부 매매 수요로 전환되는 것으로 보인다.
전국에서 아파트값이 가장 비싼 서울은 빌라가 아파트보다 매매가 많은 현상이 올해 들어 10개월째 지속되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이달 등록된 서울의 다세대·연립주택 매매(계약일 기준)는 이날 현재까지 총 1410건으로, 아파트 매매(643건)의 약 2.2배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이달 말까지 아직 일주일가량 남은 데다 등록 신고 기한(30일)까지 고려하면 수치 자체는 변동될 수 있지만, 아파트보다 빌라 매매가 많은 현 추세는 크게 바뀌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아파트 매매가 빌라보다 월간 2∼3배까지도 많은 것이 통상적이었다. 국내에서는 주택 시장 수요자들이 절대적으로 빌라보다는 아파트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해 들어서는 1월부터 10개월 연속 매매량 역전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금융당국의 대출 규제 기조 강화에 따라 일선 금융기관의 ‘대출 조이기’가 전방위로 확산하면서 아파트보다 저렴한 빌라가 매수에 용이한 측면도 있다.
◇ 서울·경기 “6억원 이상 고가빌라도 잘 팔린다”
올해 서울과 경기도에서 6억원 이상에 매매된 연립·다세대 주택(빌라)도 2017년보다 2배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플랫폼 다방을 서비스하는 스테이션3이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6억원 이상에 매매된 서울과 경기도 빌라 거래는 올해 초부터 9월 10일까지 3048건 매매됐다. 이는 전체 거래의 3.5%를 차지한다. 2017년 같은 기간 매매 건수가 1519건(2%)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4년 만에 2배 넘게 증가했다.
아파트보다 시세가 상대적으로 낮은 특성상 매매가 6억원 빌라는 ‘고가’로 평가되는데 매매건수가 늘고 있다. 서울 평균 빌라 매매가는 3억 4669만원 수준이다.
특히 경기도에서 6억원 이상에 거래된 빌라가 크게 늘었다. 2017년(9월 10일 기준)의 경우 6억원 이상 빌라 매매 건수는 310건(0.8%)에 그쳤지만, 올해는 915건으로 3배가량 증가했다. 전체 매매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2.1%로, 4년 전보다 1.3%포인트 올랐다.
올해 들어 빌라가 상대적으로 예년의 매매 건수를 유지하면서 매달 아파트 매매 건수를 앞지르는 이례적인 현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6억원 이상의 고가 빌라 거래가 많은 성남 분당구 용인 기흥구지역에서 구리, 화성, 김포, 광명, 의왕, 평택 등으로 확대되고 있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재개발 사업에 대한 기대감과 신도시 개발로 서울과 수도권 집값이 오르면서 고가의 빌라 매매도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