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T] 부모보다 가난한 MZ세대의 절규

2021. 12. 2. 17:12오피니언

 

[투데이T 천수진 기자] N포 세대(모든 것을 포기한 세대), 파이어족(젊은 나이에 조기 은퇴를 꿈꾸는 세대), 오야가차(부모 뽑기), 탕핑족(아무것도 안하고 드러누움), 제네라시옹 사크리피에(희생당한 세대)이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다. 한·미·일·중·프랑스에서 최근 발표된 올해의 신조어다. 

기성세대와 다르게 MZ세대의 절규는 이러한 신조어에 그치지 않고 이미 코로나로 부의 축적 기회를 박탈당한 것이 아니냐는 자조 섞인 목소리마저 나온다. 

이뿐 아니다. 인터넷에 떠도는 ‘머니로그’(머니와 기록을 뜻하는 로그의 합성어)를 찾아보면 가상화폐에 투자해 큰돈을 벌었다는 대학동기의 얘기에 학자금 대출로 받은 400만원의 돈을 고스란히 코인에 투자해 손실만 입은 A씨(26), 유튜브 채널과 책으로 공부해 코스닥 종목과 테마주를 오가며 ‘단타 개미’로 재미도 봤지만 증시 폭락을 만나면서 1000만원의 손실을 입은 B씨(28), 지난해 졸업하고 올 봄 어엿한 새내기 직장인이 됐지만 집을 구하지 못해 결혼도 포기하고 내 집 마련의 꿈을 버린 C씨(30)까지 사연을 통해 재무 솔루션을 처방하는 사회 초년생을 위한 경제 미디어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펜더믹, 부동산 가격 폭등과 가상화폐, 주식 투자 열풍 등 급변하는 경제 상황을 일찍부터 경험한 MZ세대가 경제적 안정을 목표로 자산관리에 관심을 갖고는 있지만 쉽게 보상받기는 어렵다. 또 부모 세대와 MZ세대 사이의 격차만큼, 같은 세대 내에서도 자산 상위 20%와 하위 20%의 격차는 35배에 이른다고 한다. 이대로라면 5년 뒤 사회경제적 불평등은 더 심각해질 것으로 예측되는 가운데 청년들의 내년 대선을 향한 정책 민감도도 높아지고 있다. 전체 유권자의 1/3이 청년 유권자다. 

대선 정국을 앞두고 민주노총이 “안전한 양질의 청년일자리를 보장하라”고 촉구했다. 노동 이슈를 전면에 부각하는 게 이들의 목표인 만큼 이들의 행보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노총은 이번 파업에서 비정규직 철폐, 산업 전환기 일자리 국가 보장, 국방예산 삭감, 주택·교육·의료·돌봄·교통 공공성 강화 등 정치적 요구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고령화에 대응한 노동 분야 대책으로 법정 정년연장이 거론되고 있고 임금인상 문제도 대두되고 있어 청년공약은 더욱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정년연장의 경우 고령화 심화 등으로 인해 불가피하게 의무적으로 추진해야 한다지만 상대적으로 청년층의 고용 악화에 미치는 충격도 크기 때문이다.

여야의 대선 후보들도 청년들이 내년 대선을 좌우할 ‘캐스팅 보터’가 된다고 보고 경쟁하듯 청년 표심을 잡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공약의 핵심은 청년의 기본소득, 기본주택 공급을 약속하고 사회초년생의 재산을 형성해 보조하겠다는 얘기다.

그러나 현재 청년층이 겪고 있는 문제의 본질은 양질의 ‘일자리’ 부족이다. 지금 청년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일시적 지원금이 아니라 스스로 일어설 수 있는 좋은 일자리다. 

통계청의 발표 자료에 따르면 올해 2분기(5월 기준) 임금근로 일자리는 1957만7000개로 전년 대비 68만1000개 증가했다. 2018년 이래 최대 증가 폭이다. 그러나 여기서도 전 연령대 중 30대 일자리만 1만7000개 줄었다. 특히 제조업 일자리는 20∼30대 청년층에서만 5만개 넘게 사라졌다.

코로나19로 취업난이 심각해지면서 올해 상반기 청년들이 겪는 경제적 고통은 역대 최악을 기록했다는 분석이다. 채용전문가들은 은행권을 비롯해 기업들의 신입 채용이 급격히 감소했고 개선될 가능성도 낮다는 지적이다. 연령별 체감경제고통지수와 재무건전성에서도 청년층이 가장 문제가 심각하다. 

경제고통지수는 물가 상승률과 실업률을 더해 경제적 삶의 질을 측정하는 지표인데 청년층의 자산 대비 부채 비율은 모든 연령대를 통틀어 가장 높다. 그만큼 사회 진출을 시작해야 할 청년들이 취업과 창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기회를 제공받지 못했다고 볼 수 있다. 자산대비 부채가 다른 세대에 비해 크게 늘어나 심리적 불안과 우울감으로 정신건강 문제도 증가하고 있다. 

이번 대선 후보들이 직면한 ‘일자리·부동산’ 문제 현상에 대한 원인으로 기성세대에 대한 반성으로 꼽은 것은 여야 할 것 없이 기성세대의 책임론과 일맥상통한다.

우선 이에 대한 해결 과제로 청년 문제를 기성세대가 결정하는 구조를 바꾸고 청년이 직접 책임지는 구조를 만들겠다며 새로운 청년 전담 부처 신설 검토 내용이 나왔다.

대선 후보자들은 청년들의 목소리를 가감없이 듣고 더 높은 책임감으로 실현 가능한 대안을 만들겠다고 했다. 

우리나라는 외형적으로는 선진국 수준의 경제규모에 진입했다고 하지만 내적으로는 여러 가지 모순과 문제점을 안고 있다. 특히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로 인한 소득 불평등과 비정규직 문제가 심각한데 이 중심에 밀레니얼 세대가 있다. 청년을 위한 정책 마련에 성공하지 못하면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나 성장·분배도 이룰 수 없다. 

최근 카카오, 엔씨소프트 기업의 채용문화만 봐도 기성세대의 이런 인식은 사라졌다고 볼 수 있다. 주요 IT기업들은 학벌, 자격증, 어학 점수 같은 스펙을 중시하지 않는다. 취업 시장에서도 지원자의 직무 역량을 중시하고 개인의 성과, 성장 가능성을 보는 직무 중심의 채용으로 변화하고 있다. 무엇보다 학교와 기업은 기회의 차이를 극복할 수 있도록 잠재력을 실현할 수 있는 직무 역량 프로그램을 연계·구축해 변화하고 있다. 

우리 경제·사회 전반에 걸쳐 가속화되는 디지털 대전환을 기회로 삼아 청년들의 아이디어를 디지털로 구현, 사회문제 해결에 활용해야 한다. 

다양한 문제에 호기심을 갖고 있는 청년들이 전문직업인으로 자립하고 건강한 사회 구성원으로 발전할 수 있는 인재 육성 프로그램의 운영, 함께 논의하고 사회의 변화를 이끄는 청년중심의 소셜 네트워크의 형성이 필요하다. 아이디어를 기획하고 이를 실천하기 위한 사업의 기획과 운영 역량을 기를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 

청년들이 문제의 본질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주어진 틀 안의 경쟁에만 매달리고 있다는 건 안타까운 일이다. 기성세대, 기성체제에 등을 돌린 청년들을 비난하기 전에 더 큰 책임은 기성세대가 지는 게 맞지 않을까?

우리 사회에 심화된 사회경제적 불평등의 토대 위에서 예나 지금이나 학벌 또는 자격시험 등으로 사람들을 나누어 놓고 그 결과에 따라 너무도 현저한 보상의 격차를 둔 기성세대의 뿌리 깊은 인식에 대한 성찰과 대안이 촉구되는 시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