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T] 자동차 순정부품 용어 논란 '재점화’···“모호한 표현으로 선택권 저해”

2021. 11. 22. 14:32산업

공정위, 현대차·기아 ‘표시광고법 위반’ 제재 의견· 수위 검토
‘순정품 안 쓰면 고장’ ‘순정품만 안전’ 문제적 표현으로 판단
정부 인증대체부품 있지만 ‘순정 프레임’으로 소비자 오인 유발
카포스 “기만행위 근절돼야”…경기도, ‘순정’ 사용 금지 요청

위 사진은 기사의 내용과 무관함

[투데이T 김정규 기자] 자동차 정비 현장에서 때늦은 ‘순정부품’ 용어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 ‘인증대체부품’이 엄연히 존재하는데도 자동차 제작사들이 마치 순정부품(순정품)을 쓰지 않으면 고장이 나는 것처럼 일선 매뉴얼에서 표시하고 있어 용어정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면서다. 더욱이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현대차와 기아의 부품 교환 시 ‘순정품을 사용해야 안전하다’는 취급설명서에 대해 ‘표시광고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판단하는 언론 보도가 전해지면서 순정품 용어 논란이 재점화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정비업계에 따르면, 순정품 논란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2015년 대체부품 인증제 시행 이후 정부가 실효성에 대한 지적이 계속되자 두 차례의 활성화 대책을 발표했고, 여기에 더해 2018년에는 자동차보험 자기차량 손해담보에 가입한 소비자가 인증대체부품으로 수리하면 OEM 부품 가격의 25%를 소비자에게 환급하는 특별약관도 도입했지만 제도 실효성에는 계속 의문이 제기돼 왔다. 이 과정에서 법률상에도 없는 ‘순정품’ 표현 논란은 병행 진행됐었다.

대체부품 인증제는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부품, 일명 ‘순정품’을 대체하는 제품의 품질을 인증하는 제도이다. 소비자의 부품비용을 절감하고 부품산업을 발전시키려는 의도로 2015년 시행됐다. 이 제도로 인증받은 부품은 자동차관리법에서 ‘인증대체부품’으로 불리며, 자동차보험업계에서는 ‘품질인증부품’이라는 용어로도 쓰인다.

하지만 인증대체부품은 정부 지원에도 불구하고 완성차 제작사의 부품 디자인권에 따른 제약과 소비자 인식 부재, 현장에서도 수익성이 떨어진다는 지적 등에 직면하며 선택을 받지 못했다. 보험연구원 간행물 ‘KIRI 리포트’에 실린 ‘자동차 인증대체부품 활성화 개선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올 1월 기준 2015년 대체부품 인증제도가 법제화된 이래 인증받은 대체부품으로 수리를 받고 자동차보험으로 보상한 실적은 지금까지 13건에 불과했다.

이러자 전문정비업계에선 정비 소비자의 부품 선택권이 제조사의 순정품 프레임에 갇혀 제약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가격은 두 배 가까이나 저렴하고 품질은 동등한 인증부품이 완성차 제조사의 순정품 광고에 눌려 마치 부정품처럼 오인되는 현실은 바로 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정비업계 전문가들도 이 같은 주장에는 이견이 없다. 30년 간 정비기술에 정통한 한 전문가는 “국내 완성차의 차량 취급설명서에 기재된 순정품 설명은 다소 문제가 있다”며 “마치 자사 납품 부품이 아닌 ‘다른 부품을 쓰면 고장이 날 수 있다’고 기재한 것은 심리적으로 소비자를 압박하는 것으로, 부품에서 오는 이익만 생각하지 말고 소비자가 동등 품질, 낮은 가격의 부품을 선택할 수 있도록 객관화 한 표현을 해 줄 수 있는 완성차의 사회적 책임에 대해서도 고민할 필요가 필요가 있다”고 소신을 밝혔다.

이 같은 논란 속에 공정위는 제작사에 ‘표시광고법 위반’의 소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제작사가 인증대체부품과 OEM 방식으로 개별 부품 업체에 생산을 맡긴 부품에 품질 차이가 없는데도 자사의 ‘순정품’만을 써야 하는 식으로 설명서에 게재한 것은 소비자를 오인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공정위는 현대차와 기아에 제재 의견을 전달, 조만간 제재 여부와 수위를 결정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현대차와 기아차는 “글로벌 완성차 브랜드들 모두 소비자 생명과 안전 차원에서 차량에 최적화된 순정부품의 사용을 권장하고 있으며, 이를 취급설명서에 고지하고 있다”며 입장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한국자동차전문정비사업조합연합회(카포스) 관계자는 “그동안 자동차 제작사가 ‘순정품’ 이라는 모호한 용어를 남발하여 사용함으로써 소비자에게 잘못된 인식을 심어주는 악영향이 있었다” 며 “이번 공정거래위원회가 올바른 판단을 내려 자동차에서 정기적 교체가 필수적인 소모품 교환 정비는 소비자가 제작사의 제품과 비교하여 가격은 저렴하고 품질이 동등한 대체부품을 선택하는 계기가 돼 소비자의 정비 선택권을 보장할 수 있기를 기대하며 제작사의 소비자 기만행위도 근절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9월 경기도는 온라인 자동차 부품 판매업체 측에 ‘순정품’ 용어를 사용하지 말 것을 요청했다. 완성차 기업이 중소 부품업체에 주문생산한 부품을 지칭하는 순정부품이란 용어가 법률·제도상 근거가 없고 ‘인증대체부품’(품질인증부품)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심어줄 수 있으니 ‘주문자 생산부품(OEM)’으로 변경해 달라는 게 골자다. 순정품 표시가 중소업체들이 자체 생산해 가격은 상대적으로 싸지만 품질·안정성을 인증받은 부품을 ‘비순정부품’ 또는 ‘비품’으로 오인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이 도의 설명이다.

당시 김지예 경기도 공정국장은 “안내서 제작, 플랫폼 구축, 버스·택시업계 지원 등을 통해 자동차 인증대체부품의 소비 확대를 추진 중이고 공정거래위원회에 순정부품 표시·광고 행위 신고에 대한 조속한 처리를 촉구할 계획”이라며 “도민의 선택권을 보장하고 비용을 절감하는 정책 추진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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