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11. 24. 10:42ㆍ부동산
무주택자 ‘전월세가 영향줄까’…다주택자 “대선까지 버틴다”
집값 상승·공시가격 현실화 영향…대안은 양도세 인하?

[투데이T 천수진 기자] 정부는 종합부동산세(종부세) 고지 인원과 납부 세액이 큰 폭으로 증가한 가운데 다주택자들 사이에선 종부세 ‘폭탄’을 맞는 것이 아니냐는 혼란이 일고 있다.
올해 주택분 종합부동산세 고지 인원이 100만명에 육박하지만 이 세금의 89%는 일반 국민이 아닌 다주택자와 법인이 부담하는 것으로 나타나면서다.
종부세 부담이 가장 큰 것은 다주택자다. 3주택 이상자는 과세 인원과 세액이 크게 증가했다. 과세인원은 78% 증가한 41만5000명, 세액은 223% 뛴 2조6000억원으로 모두 크게 증가했다. 법인 역시 과세인원은 279%, 세액은 311% 늘었다.
서울에서 주택분 종합부동산세(종부세)를 내는 사람은 작년보다 20% 넘게 늘어 50만명에 이르며 세액도 2배로 증가해 3조원에 가까워진 것으로 나타났다.
종부세 부담이 상대적으로 큰 강남권에선 송파구(8월 0.26%→9월 0.54%→10월 0.73%)와 서초구(8월 0.30%→9월 0.46%→10월 0.63%)의 월세 수준이 큰 폭으로 상승하며 지난달에는 월세 상승률 1·2위를 기록했다.
19일 한국부동산원의 월간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지난 10월 전국 아파트 평균 월세 임대료는 80만2000원, 평균 월세 보증금은 6692만2000원 등으로 상승했다.
종부세 수준에 따른 월세 가격도 차이가 났다. 강남권(한강 이남 11개구) 아파트의 평균 월세 가격은 지난달 기준 129만4000원이다. 강북권(한강 이북 14개구)은 117만2000원으로 강남보다 12만2000원 낮다.
이렇게 종부세 등 보유세 부담이 심화하자 집주인들은 전세를 월세로 돌려 임대료를 높이는 방식으로 세입자에게 세 부담을 전가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결국 부동산업계에서는 올해 부과된 종부세가 다주택자의 납세 부담으로 무주택 세입자들에게는 이중고를 부과한 것이 아니냐, 세 부담이 월세 세입자까지 전이되면서 무주택자의 내집 마련의 꿈은 더 멀어진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부의 본래 취지는 종부세를 올려 과도한 세 부담을 지는 다주택자가 집을 내놓을 것을 유도했으나 오히려 집주인의 세금 부담으로 작용한 것이다. 실제 서울의 중개업소 반응에 따르면 기존 전세 매물을 월세나 반전세로 전환하는 집주인들이 급증했다.
전셋값 급등과 대출 규제 강화로 ‘월세 난민’이 속출하는 가운데, 집주인의 세 부담이 임대료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화한 것이다.
소득이 없는 집주인들은 세금 부담을 일부 세입자에게 전가할 수밖에 없고 소득이 월급뿐인 세입자들은 월세가 오르면 그만큼 생활이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강력한 부동산 정책의 딜레마 속에서 대선 이후 부동산 정책 변화를 기대하는 사람들은 어떻게든 내년 대선 이후까지 버티겠다는 반응이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종부세 전면 재검토’를 대선 공약으로 내세웠기 때문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고가주택 밀집 지역에선 월세라도 받아 종부세를 내자는 생각으로 월세화가 가속화할 것”이라며 “점차 전세 종말이 오고 월세가 큰 흐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내년에도 보유세 인상이 있다고 본다면 세부담 전가로 월세화가 진행되면서 준전세 등 월세를 낀 거래가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종부세 인상을 통해 다주택자의 아파트 처분을 유도하는 정책은 탁상행정에 불과하다. 종부세 최고세율이 두 배 이상 높아지면서 사실상 재산권침해 논란만 불러오고 있다”면서 “주택 매물 확보를 위해서는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를 획기적으로 낮추는 방안이 그나마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강조했다.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 4년 동안 종부세 납부 대상자가 3배 이상 증가했다. 지난해 집값이 크게 오르고 정부의 공시가격 현실화 정책 등이 반영됐단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종부세는 고지 인원과 납부 세액이 큰 폭으로 늘었다. 지난해 법인까지 포함한 종부세 고지 인원은 66만7000명이다. 올해는 94만7000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하면 41.8% 증가했다. 세액은(1조8000억원→5조7000억원) 지난해와 비교해 216% 늘었다. 특히 주택분 종부세 대상자는 2017년 33만1000명(3879억원)에서 가파르게 증가했다.
종부세 급증의 가장 큰 요인은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인한 영향이다. 종부세 부담이 커진 것은 종부세를 결정하는 요소인 공시가격과 공정시장가액 비율, 종부세율이 모두 올랐기 때문이다.
정부는 아파트 등 공동주택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2030년까지 90%로 올리는 방안을 추진 중인데, 올해 전국 평균 공동주택 공시가격 상승률은 14년 만에 최대인 19.08%였다. 공정시장가액비율도 지난해 90%에서 95%로 높아졌다. 내년에는 100%까지 오를 전망이다.
대한부동산학회에 따르면 공시가격 현실화와 주택가격 상승으로 종부세 조세부담률은 점점 더 높아질 수박에 없다. 더구나 공시가격은 주택 시세를 기준으로 산정되기 때문에 주택 가격이 오르면 공시가격도 함께 오르기 때문이다.
주택분 종부세는 과세기준일(6월 1일) 기준으로 개인이 보유한 전국 주택 합산 공시가격에서 기본 공제금액(6억원·1세대 1주택자는 11억원)을 빼고 공정시장가액비율을 곱한 금액에 부과한다. 종부세율은 조정대상지역 2주택이나 3주택 이상 다주택자의 경우 0.6~3.2%에서 1.2~6.0%로 0.6~2.8%포인트씩 2배 가까이 상향조정됐다. 2주택 이하에 적용되는 종부세 일반 세율은 0.5~2.7%에서 0.6~3.0%로 0.1~0.3%포인트씩 올랐다.
1세대 1주택자 부담은 3.5%, 1주택자 7.6%를 차지한다. 세액에서는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고, 인원 비중도 지난해보다 줄었다. 하지만 전체 숫자는 지난해 12만명에서 올해 13만2000명으로 늘었다.
정부가 1주택자 세 부담을 감면하기 위해 공시가 공제금액을 기존 9억원에서 11억원으로 상향했지만, 그 이상으로 집값 상승이 컸고, 특례로 언급했던 장기보유 공제 역시 실거주 조건이 포함되면서 1가구 1주택자의 세 부담도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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