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 빅테크, ‘시장의 룰과 롤’에 대한 성찰이 혁신의 첫걸음이다

2021. 9. 29. 09:59오피니언

빅테크 기업들이 전례 없는 십자포화에 몸을 사리면서 사업 개편에 나서고 있다. 네이버와 카카오로 대표되는 이들 기업에 대한 정부 규제가 본격화하는 데는 골목상권마저 개의치 않은 전방위적 사업확장이 이유가 됐다.

하루아침에 ‘혁신 기업’에서 규제 대상으로 전락한 거대공룡의 신세는 왜 이렇게 됐을까. 여기에는 온라인 플랫폼 기업이 몸집을 키우는 과정에서 입점 업체와 ‘갑을관계’가 심화하고 소비자 피해도 빈발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등한시했던 빅테크 기업 자신에게 가장 큰 책임이 있다. 포털 초창기 환호하며 이용자에 불과했던 시민들도 이제는 등을 돌리는 분위기다.

최근 한 여론조사에선 정부의 빅테크 규제 관련 주장에 대한 공감도에 시민의 절반 이상이 ‘무분별한 사업 확장을 막기 위한 적절한 조치라 생각한다’는 응답이 절반을 넘은 점도 이를 증명하고 있다. 이제 혁신의 아이콘은 ‘해도 너무 했다’는 여론의 뭇매를 맞으며 중소 시장과 상생이 필요한, 상도덕이 요구되는 ‘혁신’ 그 자체의 대상이 된 것이다.

상황이 이렇게까지 된 것은 빅테크 기업에게 무소불위의 힘이 쥐어졌다는 착각에서 비롯됐다. 누구도 일부러 지어준 적 없는 힘은 스스로 정보 통제권을 가졌다는 강점을 바탕으로 사업을 구상하면서부터 지금의 상황은 예견 가능했다. 국내 검색 시장을 독점하며 고속 성장한 빅테크 기업의 질주에는 브레이크가 없었다.

어쩌면 누구도 그 속도에 의문을 제기하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우리의 시장주의가 이 같은 결과를 예측하지 못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아니면 포털을 이용하는 재미의 단맛에 그들에게 시장이 허용하는 최대치의 면죄부를 준 듯한 착각을 심어줬는지도 모른다.

모두가 빅테크의 과속질주를 묵인했던 사이 포털은 자사 이기주의에 심각하게 빠져 기본적인 시장 질서마저 외면하는 ‘독불장군’이 됐다. ‘사회적 공기(公器)’를 자처하는 언론마저 쥐락펴락하는 빅테크에게 그간 무서운 것은 별로 없어 보였다.

정부가 나서지 않는다면 자유 시장 경쟁 논리에서 문어발식 이익 확장을 뭐라 할 수 있는 주체도 없었다. 하물며 비판적 여론도 잠재울 수 있는 검색 환경은 빅테크의 변명과 별도로 스스로 무장한 강력한 무기가 돼 사세 확장의 마중물이 됐다.

공개할 수 없다며 수시로 로직이나 알고리즘을 언급한는 빅테크는 자신들의 이득을 획득하기 위해서는 최대한 시스템을 이용하면서도 정보와 언론사를 자신들의 기준에 맞게 필터링 또는 검색 제휴를 빌미로 위협하면서 더 많은 이권 환경을 만드는 데도 같은 시스템을 적용하며 아무도 통제할 수 없는 산업 생태계의 최상위 자리를 차지했다. 일개 민간기업이 언론을 통제하는 시스템은 해외에 유례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누구도 그런 구조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은 것도 이들의 지위를 공고히 하는 데 일조했다.

대형 언론사들은 포털과 상생하며 광고 이익을 분배하는 사이 올바른 문제 제기는 실종됐으며 중소 미디어는 남은 콩고물을 먹기 위해서라도 입을 닫아야 했다. 이런 토양에서 입바른 소리를 한다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했는지도 모른다.

이제야 서서히 규제의 칼끝이 빅테크를 향하는 것을 다행으로 여겨야 할지, 침소봉대로 끝나며 형태만 잠시 바꾼 새로운 시장 환경이 자리 잡을지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빅테크는 다소 억울하다는 입장을 내비치고 있지만 자유주의 시장에서도 민간의 이익 활동에는 사회적 책무가 따른다. 시장을 관통하는 ‘룰(RULE)’을 따라야 한다는 말이다.

어느 영화 속 대사처럼 ‘룰을 따르지 않는 것은 짐승에 불과하다’는 표현은 ‘룰’이 곧 권한을 누리기 위한 책임이고 기준임을 강조하기 위한 비유였다. 이 말이 떠오르는 이유는 빅테크 기업들이 최근 전 세계적으로 불고 있는 기업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열풍에서 그 본분을 다하고 있는지 의심스럽기 때문이다.

이제야 빅테크 기업들의 사업 개편과 조정이 한창이다. 스스로 무한 팽창의 포만감에 취했다가는 여차하면 규제의 칼날이 더욱 매서워질 것을 직감해서다. 책임 있는 자세가 필요해 보인다. ‘혁신’은 기득권을 쥐고서는 이룰 수 없는 가치다.

기업들은 ‘시장의 룰’과 ‘자신의 롤(ROLE)’에 대한 진지한 고민에서 혁신의 열쇳말을 찾기를 기대한다. 기업의 혁신적 시장 지위 찾기는 여기서부터가 시작이다.

공룡이 멸종한 이유에 대한 해석은 많지만 그 중 하나는 달라진 환경에 적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용자들의 시선도 달라졌고 공룡에 대한 경외도 사라졌다. 남은 것은 공룡의 긍정적 변태를 지켜보며 감시하는 냉철한 시선들 뿐이다.

이제까지 그래왔듯 ‘혁신의 상징’다운 모습을 스스로의 변화에도 보여줄 수 있을지 모든 이용자와 시민들이 지켜보고 있다.

출처 : 투데이 T(http://www.today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