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2. 7. 12:30ㆍ오피니언
[투데이T 김정규 기자] 물가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다. 지난해 물가 상승이 석유류 가격 상승 등 대외적 공급 요인에 기인했다면, 최근에는 대내적인 상승 압력도 확대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외식물가가 일제히 올랐다. 약 13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재료비와 최저임금 인상 등 공급측 요인에 더해 수요 회복이 맞물리면서 오름세가 가팔라진 것인데, 당분간 이런 상승세가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물가는 서민들의 살림살이를 옥죄고 있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1월 외식 물가지수 상승률(전년 동월 대비)은 5.5%로 2009년 2월(5.6%) 이후 12년 11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갈비탕(11.0%), 생선회(9.4%). 소고기(8.0%) 등을 비롯한 39개 외식 품목 물가가 일제히 1년 전보다 올랐다. 서민들이 즐겨 찾는 김밥(7.7%), 햄버거(7.6%), 설렁탕(7.5%), 라면(7.0%), 짜장면(6.9%), 치킨(6.3%), 삼겹살(5.9%), 돈가스(5.7%) 등의 물가도 큰 폭으로 상승했다. 밥은 굶어도 커피는 마셔야 하는 현대 사회에서 지난해까지 인상이 억제됐던 커피마저 올해 1월에는 작년 같은 달보다 1.6% 올랐다.
농축수산물 물가는 지난달 6.3% 올랐다. 작년 12월(7.8%)보다는 오름폭이 축소됐지만, 여전히 높은 상승률이다. 가공식품 물가도 4.2% 올라 2014년 8월(4.5%) 이후 7년 5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지수)는 지난달 3.0% 올랐다. 근원물가가 3%대로 올라선 것은 2012년 1월(3.1%) 이후 10년 만이다. 근원물가는 계절적 요인이나 일시적 충격 등 공급측 영향을 크게 받는 품목을 제외하고 작성한 것이어서 일반적으로 수요측 물가 압력을 반영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런 가운데 근로소득자의 세금은 월급 상승률을 앞지르면서 얄팍한 지갑을 더욱 초라하게 하고 있다. 최근 5년간 노동자 임금은 평균 17.6% 늘었지만, 근로소득세와 사회보험료는 39.4% 증가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오면서 월급쟁이들의 한숨은 깊어지고 있다. 이렇게 세 부담이 커지는 상황에서 물가 상승까지 더해져 노동자의 체감임금은 더 감소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경연이 최근 5년간 밥상 물가로 불리는 식료품 및 비주류 음료 물가지수를 분석한 결과 한국의 상승률은 17.6%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국 중 8위를 차지했다. 특히 지난해 상승률은 5.9%로 OECD 5위까지 뛰어올랐다.
대외적인 상황도 심상치 않다. 연초부터 유가와 환율, 금리 등 경제를 움직이는 세 가지 핵심 가격변수에서 모두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유가·환율은 시차를 두고 국내 물가를 끌어올려 민생 전반을 악화시킨다. 또 급격한 금리 인상은 다중채무자 등 취약 채무자부터 무너뜨리면서 시스템 전체를 훼손한다. 대외변수와 가격변수는 우리나라가 직접 통제할 수도 없을뿐더러 시장경제 국가에서는 개입이 쉽지 않아 정부의 고민은 깊어만 가는 상황이다.
오르지 않는 게 없다. 유가와 환율이 동시에 오르면 생활물가가 올라 서민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여기에 금리까지 오르면 서민의 이자 부담이 늘어 또다시 경기 침체로 연결될 수 있어 위험하다. 우리 경제를 억누르는 부정적 신호가 곳곳에서 감지되면서 민생을 압박하는 모양새다.
우리의 경제 체제 아래서는 이러한 경제적 위험 신호에 대한 정부의 대응책이 한계가 있다. 시장 자율에 대부분을 맡기고 정부의 개입은 최소화할 수밖에 없어서다. 유가와 원자재 가격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유류세 인하 연장을 검토하는 게 가장 최근에 나온 대책이다. 이러자 선거를 앞두고 정부 대책이 안일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서민들의 경제활동을 둘러싼 대부분의 신호에 적신호가 켜졌지만, 이것을 전적으로 나라가 해결해 줄 것으로 보며 기다리는 시각 또한 안일하다. 정부가 거시적 차원에서 물가 안정을 통한 민생 지원에 주력하겠지만 가장 먼저 취해져야 할 시급한 조치는 개인의 자생 능력과 대처를 스스로 고민하는 것이다.
우리가 선택한 시장경제 구조에서 부정적 변수는 언제나 그렇듯 불확실했고 불가피했다. 경제활동을 하는 주체로서 가계를 위한 선택은 자신의 몫이지 집단이나 누군가에게서 가만히 있으면 주어지는 혜택의 산물이 아니었다.
변수는 말 그대로 가변적 요소로서 언제든 다른 값으로 변할 수 있는 변동성을 갖고 있다. 예측 불가능의 요소를 갖고 있어서다. 불안정한 변수를 자신의 호재로 만들기 위해서는 능동적 경제 분석이 전제돼야 한다. 정부의 경제 정책은 언제나 큰 그림에서만 유효하다. 그 파급효과가 각각의 경제생활에서 실효성을 갖기에는 일정 부분 재정 건전성이 담보된 상태에서만 미미하게 체감할 수 있었다.
그럼 그마저도 갖추지 못한 경제 주체는 어떻게 해야 할까. 바로 그곳이 정부 개입이 절실히 요구되는 지점이다. 위기의 경제 속 정부의 대책은 결코 인간적이지 않다. 모두가 수혜를 누릴 수도 없고 누구에게는 ‘그림의 떡’에 불과한 대책이다. 만인을 위한 대책은 애초에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시장은 잔인하고 주저할 틈은 없다. 비바람이 몰아치는데 언제까지 누워서 ‘사과’가 떨어지기만을 기다리는 것보다는 나무 밑동을 잘라서건, 나무를 타서라도 사과를 움켜쥐는 것이 더 빠른 길이 아닐까 싶다.
출처 : 투데이 T(http://www.today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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