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T] 자유민주주의 무시한 ‘선거철 포퓰리즘’

2021. 12. 24. 14:38오피니언

[투데이T 천수진 기자] 최근 프란치스코 교황이 서구 민주주의의 발상지인 그리스에서 “포퓰리즘과 권위주의 정치의 전 세계적 부상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교황은 “참여와 노력, 인내를 필요로 하는 민주주의의 ‘어려운 해답’보다, 권위주의의 독단과 포퓰리즘이 내놓은 ‘쉬운 해답’이 더 유혹적일 수 있다”며 “사회적 안전에 대한 우려와 정체성 상실에 대한 두려움으로 민주주의에 대한 회의(懷疑)가 나오기도 하지만 그 해결책은 권위주의나 포퓰리즘이 아닌 ‘좋은 정치’에서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주의 위기’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인 셈이다.

교황은 이날 그리스 정치인들을 만나 “유럽 대륙은 물론 전 세계에서 민주주의가 후퇴하는 현실을 보고 있으며, 이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전한 메시지는 대선 국면에서 우리 사회에도 경각심을 가지게 되는 계기가 됐다.

대선을 앞두고 여야 후보 모두 지킬 수 없는 공약을 남발하면서 서로 포퓰리즘이 아니냐는 비난이 일기 시작했다. ‘네거티브’ 선거전, ‘포퓰리즘’이라는 심연의 암흑에서 벗어나야 할 것이다.

앞에서 교황이 말한 좋은 정치는 ‘선한 의도’에 따라 ‘선한 결과’를 이뤄야 가능하다. 도덕적 선이 없는 정의는 비윤리적, 비정신적 주의로 가장 본질적인 도덕적 가치의 본질에서 어긋남에도 여·야 할 것 없이 정치권력자들이 뒤에선 온갖 협잡을 함께 하고선 겉으론 정의와 공정을 부르짖고 있다.

세상 모든 일이 복잡하게 얽혀 있지만 좋은 결과를 위해 고통을 감내하면서 할 일을 결단하는 게 ‘지도자’다. 공동체의 선을 증진할 수 있는 합리성을 추구하고 전사회적인 대대적 정치적 논의를 이룰 수 있는 지도자가 필요한 때에 너나 할 것 없이 이권과 특권을 독식하는 모습이다.

그렇다면 정말 국민이 원하는 것이 무엇일까. 선거에 이기기 위한 논리 하나로 자신들을 지지하지 않거나 침묵을 지킨 대중을 무시하는 대변이 지도자의 덕목이 아니다. 다원주의를 인정하지 않는 태도 때문에 오로지 내 편 아니면 네 편만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정치가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 선거 패배로 권력을 잃는 것이다. 선거에 진다는 것은 자신들이 곧 국민이라는 대전제가 깨지는 것이고 국민이 원해서 했다는 모든 정책도 모두 다 거짓이고 부정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선거에 모든 것을 거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선거철이면 포퓰리즘 공약이 남발하는 것도 기현상은 아니다. 포퓰리즘은 오랫동안 여러 사회에 다양한 형태로 존재해왔다. 학계에서조차 정확한 정의를 내리기 어려운 용어로 우익이나 좌익으로 구별되는 이념과 결합해 존재하며 국민으로 대변되는 대중이 주가 돼 엘리트라고 불리는 소수에 대항해왔다. 따라서 반(反) 엘리트주의와도 일맥상통한다.

‘승자독식’ 대선판에서 단순 포퓰리즘 정책·공약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지만 대중의 인기만 좇아 목적을 달성하려는 정치 행태는 일부 국민의 표를 얻기 위해 나머지 국민을 적으로 만들기 때문이다. 따라서 어떤 공약은 국민의 반대 과정을 어떻게 설득할지를 고민하지도 않고 제시되기 때문에 그만큼 유권자의 지혜도 필요하다.

얼마 전 이 후보와 대담을 나눈 샌델교수는 이 후보에게 이런 질문을 던졌다.

“한국을 방문했을 때 젊은이들이 불평등과 불공정에 대해 큰 갈증을 갖고 있으며 깊이 고민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러나 한국뿐 아니라 전세계의 젊은이들은 자신들의 이런 고민을 정치가들이 공감하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해 다른 수단에 눈을 돌리고 있습니다. 이 문제에 대한 전사회적인, 정치적 논의가 대대적으로 이루어지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이며, 이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샌델 교수의 질문에서 전사회적, 정치적 논의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것은 공동의 담론화가 이뤄지지 않은 것에 대한 아쉬움이다. 지도자 역시 능력주의의 수혜자로 불평등과 불공정을 논하는 젊은이들을 마치 능력주의에 몰입한 결과, 그 패배자로 인식해 공정한 담론도 없이 ‘공정과 정의’를 말한다면 이 또한 능력주의에 포획된 공정이다.

실현 가능성 없는 희망과 팩트를 뒤섞는 어법으로 지킬 수 없는 공약만 내세워 정치적 야심만 드러낸다면 그것이야말로 위험한 주장이다.

선거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현 정부에서 실패한 정책에 대해 확실히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지킬 수 있는 공약을 제시하는 것, 그런 정당이 우리가 미래를 믿고 표를 맡길 수 있는 정당이다.

권력을 가진 소수의 집단이 또는 자신이 국민 전체를 대변한다고 믿고 편향된 정치철학을 국민의 뜻이라는 이름 아래 강제해서는 안 된다.

사회 구성원들의 배경에 상관없이 모든 구성원이 공공의 선에 참여하고 모두가 정치에 참여해 사회적 문제에 관해 공동의 논의를 할 수 있는 사회가 돼야 한다. 민주적 사고와 토론, 담론의 기회를 통해 진정한 자유를 누릴 수 있어야 한다. 민주주의가 자신의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시스템을 결정하고 삶의 다양한 측면에 온전히 참여하려는 자유롭게 표현된 의지에 기초한 보편적 가치라는 것을 부인할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출처 : 투데이 T(http://www.today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