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3. 21. 12:08ㆍ산업
중기부 중고차판매업 생계형 미지정 결정에 업계 ‘술렁’
완성차, 표정 관리하며 ‘가속도’ 관련 계열사도 ‘호시탐탐’
매매업계 대응책 ‘관건’…“모두가 살 길” 여전히 ‘미지수’

[투데이T 김정규 기자] 지난 17일 3년간 시간을 끌어온 중고차 시장 개방 논란이 종지부를 찍었다. 첨예하게 대립하던 완성차와 기존 매매사업자 간 힘겨루기에서 결국 정부는 대기업의 손을 들어주면서 논란은 마무리됐다. 하지만 매매업계가 모든 결과를 그대로 받아들였다고 볼 수 없고 매매업계가 신청한 사업조정 결과도 남아있어 갈등의 불씨는 여전한 상황이다.
또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 소식에 관련주가 급등하고 대기업 계열의 렌탈 업체들도 모두 진입 의사를 밝히면서 벌써 중고차 시장이 대기업과 중견기업들의 각축장이 될 양상이 감지되자 막상 논란의 핵심이 됐던 기존 중고차 영세사업자들의 보호 대책인 상생안이 묻힐 수도 있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에 대기업의 시장 진출로 피해를 보게 될 중소 중고차 매매업체 보호를 위해 단계적 시장진입 비율 설정 등 상생안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는 주문도 제기되고 있다.
‘규모의 영세성’ 기준 부적합…소상공인 피해예상은 인정
중소벤처기업부 중고차판매업 생계형 적합업종 심의위원회(심의위)는 지난 17일 회의에서 중고차 매매업을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하지 않고 탈락시켰다. 매매업계의 재지정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심의위는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중고차 시장에 진출하면 소상공인의 피해가 충분히 예상되는 만큼 중소기업사업조정심의회에서 적정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부대의견을 달긴 했지만, 완성차 업체가 중고차 시장에 진출해도 된다는 공식 허가를 내줬다.
심의위는 생계형 적합업종 미지정 사유에 대해 “중고차 판매업은 서비스업 전체와 도·소매업, 자동차 및 부품 판매업에 비해 소상공인의 비중이 작고, 소상공인의 연평균 매출액이 많으며, 무급가족종사자 비중이 작다”며 “지정요건 중 ‘규모의 영세성’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또 “완성차 업계의 진출로 중고차 성능과 상태 등 제품에 대한 신뢰성 확보, 소비자 선택의 폭 확대 등 소비자 후생 증진 효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부연했다.
다만 “현대차와 기아가 중고차 시장에 진출하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피해가 충분히 예상된다”며 “향후 ‘소기업사업조정심의회’에서 이러한 점을 고려해 적정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부대의견을 제시했다.
매매업계는 앞서 지난 1월 현대차와 기아 등 완성차 대기업이 중고차 시장에 진출하지 못하도록 해달라며 중소기업중앙회에 사업조정을 신청했었다. 이와 관련해 중기부는 현재 당사자들 간 조정 작업이 이뤄지고 있는 만큼 중소기업의 피해 실태조사를 시행한 이후 사업조정심의회를 열 예정이라고 전했다.
KAMA “환영”…완성차 5개사, 맘 편히 사업 준비 착수
심의위의 이날 결정에 따라 현대차, 기아, 한국GM, 르노삼성 등 완성차업체는 중고차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의 경우 지난 7일 구매 후 5년, 주행거리 10만㎞ 이내의 인증 중고차만을 판매하겠다는 구체적인 계획을 공개한 바 있다.
완성차업계는 중고차 시장 선진화와 소비자 후생을 위한 당연한 결정이라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현대차, 기아 등이 소속된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의 정만기 회장은“진입규제로 인해 그간 비정상적으로 운영됐던 중고차 시장이 이번 결정으로 정상화된 것으로 본다”며 “중고차 매매업계가 우려하는 점도 완성차 업계가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상생 방안도 충분히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가장 중요한 것은 소비자 후생인데 이를 높이기 위해 제품 다양화 등에도 힘쓰겠다”며 “이번 결정이 완성차와 중고차 업계가 윈윈할 수 있는 계기가 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국내 1·2위 완성차업체인 현대차와 기아는 이번 결정에 대해 조심스런 입장을 유지하며 구체적 언급을 삼갔다. 다만 현대차가 이달 초 정밀 성능검사와 수리를 거친 자사 인증 중고차 출시, 시장점유율 자체 제한 등을 통한 기존 중고차 매매업체와의 상생 방안이 담긴 큰 틀의 사업 방향을 이미 공개한 만큼 이번 결정을 계기로 현대차그룹의 중고차 시장 진출 속도는 더욱 빨라질 전망이다.
한국GM과 르노코리아자동차, 쌍용차도 완성차의 중고차 시장 진출 허용을 반기며 구체적인 진출 계획을 모색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쌍용차 관계자는 “수입차만 허용하고, 국내차는 허용하지 않는 역차별이 해소됐다”며 “중고차 시장이 개방되면 고객 폭이 확대되고, 고객이 누릴 수 있는 혜택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른 시일 내 시장에 진출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매매업계 “결국 전체 잠식 구조로 갈 것” 날 선 반응
오랜 시간 중고차 시장의 대기업 독과점 우려와 중고차 가격 상승, 영세사업자의 몰락 등을 이유로 ‘결사항전’ 해 온 매매업계는 그동안 결과를 예상하는 분위기였지만 막상 심의위의 결정이 나자 허탈해하는 모습이다.
기존 중고차 매매업체들은 그간 경매로 매물을 확보해 판매하는 중고차 시장에 자금력과 브랜드 파워를 갖춘 대기업이 들어오면 시장을 독점할 뿐만 아니라 가격 상승도 초래해 결국 소비자 후생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주장을 해왔다.
조병규 전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 전남조합장은 “대기업의 독과점과 그로 인한 영세 종사자들의 몰락 및 고객 피해가 우려된다”며 “시장 점유율을 일정 수준으로 제한하겠다는 대기업 측의 말은 믿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신차 시장에서 현대차와 기아차의 점유율이 90%에 달하는데 이들은 고객에게 기존 차량을 자사에 팔도록 인센티브를 줄 여력도 있다”며 “사실상 대기업이 중고차를 100% 매입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결국 완성차가 알짜 매물 모두를 매입하게 되는 구조로 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지해성 한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 사무국장도 “상품 단가가 높은 업계 특성상 매출액은 많을지라도 실제 구성원의 한 달치 수입은 150만원 수준이 기존 중고차 시장의 평균적 형편”이라며 “영세하다고 볼 수밖에 없는 업종인데 심의위는 이런 현실을 고려하지 않았다”고 결정에 아쉬움을 나타냈다. 또 “현대차·기아는 이익이 많이 남는 대형차나 고급차 위주로 사업을 할 텐데 결국 중고차 시장 이윤의 30∼40%를 그쪽에서 가져갈 것”이라며 “양질의 차는 현대차가 독점하게 되는 이상한 구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시점에서는 대외적 이미지 등을 고려해 상생안 등도 얘기하고 있지만, 시간이 갈수록 기업인 이상 ‘알짜매물’ 전체 잠식 전략을 추진할 수밖에 없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무조건 바람직하다” “속도보다는 상생” 반응 갈려
자동차업계에선 이번 결정을 두고 소비자 후생 차원에서 바람직하다는 무조건적인 ‘긍정론’과 시장진입비율 제한 등 단계적 진출이 상생 차원에서 바람직하다는 ‘신중론’으로 반응이 갈린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중고차 시장을 규제하는 국가가 없고, 대기업의 진출을 소비자가 요구했다는 점에서 오늘의 결정이 나온 것"이라며 "중고차 시장의 파이가 늘고, 시장 투명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른 국가에서 선례를 찾을 수 없다는 점에서 대기업 진출 허용은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매매업계에서 우려하는 대기업 진출에 따른 가격 상승에 대해선 “가격이 5%가량 올라갈 것으로 예상되는데 품질이 보증된 차를 사기 위해 소비자도 높아진 가격을 감수할 것으로 본다”며 “소비자입장에선 재래시장과 할인점에 더해 브랜드 제품을 백화점에서 살 기회가 생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이번 결정으로 중소 중고차매매업체의 피해가 불가피한 만큼 대기업의 시장진입비율 조정 등 상생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매년 3, 5, 7, 10%의 비율로 완성차의 진출 비율을 제한하는 방안이 대표적이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진출이 허용된 만큼 대기업의 양보 하에 연간 참여율을 단계적으로 높이는 것이 상생안의 한 예가 될 수 있다”며 “3∼4년간 단계적으로 조정하는 안으로 가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http://www.todayt.co.kr/news/articleView.html?idxno=2558
그동안의 중고차 시장 개방 논란은 끝났다…‘상생안’ 향방이 ‘진정한 마침표’ 결정 - 투데
지난 17일 3년간 시간을 끌어온 중고차 시장 개방 논란이 종지부를 찍었다. 첨예하게 대립하던 완성차와 기존 매매사업자 간 힘겨루기에서 결국 정부는 대기업의 손을 들어주면서 논란은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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