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T 기자수첩] 물에 빠진 레몬과 대기업 만능지상주의

2022. 8. 23. 15:34오피니언

[투데이T 기자수첩] 수도권에 내린 기록적인 폭우 이후 침수차가 중고차 시장에 들어 올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다. 손해보험업계에 접수된 차량 침수 피해는 총 1만1142대 중 중고차 시장으로 흘러갈 침수차는 얼마나 될까.

이러자 침수차를 구별하는 법에서부터 중고차 거래 시 국토교통부가 운영하는 ‘자동차365’와 보험개발원의 ‘카히스토리’를 통해 정비·검사 이력과 침수 여부 등을 조회하라는 친절한 설명 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아울러 대표적인 ‘레몬시장’에 대한 걱정과 정보비대칭과 역선택의 문제점도 새삼 재조명되고 있다.

수년 전 아니 수십 년 전부터 나오던 얘기다. 침수차가 중고차 시장에 들어오는 이유는 한 가지이다. 비양심 거래상들이 침수차를 일부 정비와 세차 후 서류 세탁을 통해 그저 그런 중고차로 둔갑시키기 때문이다. 시장이 침수차를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일부의 불법적 일탈이 시장 유입의 원인이 되는 것이다.

새롭지도 않게 또 다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말이 나온다. 국토부 장관까지 나서서 전수조사와 점검을 지시하는 형국이다. 역시나 새롭지 않다. 이제는 이런 류의 대책을 빙자한 말들은 ‘뒷북’을 넘어 기계적 발언에 가깝다. 제도는 이미 만들어져 있었고 감시 체계도 가동되고 있었다.

침수차가 중고차 매물로 버젓이 유통되는 것을 막을 수 있냐고 한다면 방법은 없다는 말이 정답에 가깝다. 왜냐고. 막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언제나 결론은 소비자가 확인하고 조회하고 알아보고 또 알아보는 방법에 없다는 쪽으로 흐른다. 속이려고 작정하는데 장사 없고 ‘속으면 호갱되는 게 이 바닥’이라는 자조 섞인 말은 괜스레 나오는 게 아니다.

전문가를 자처하는 이들이 대안을 애기하며 나오는 말들은 더욱더 가관이다. 대기업이 문제의 해결책으로 버젓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어차피 들어올 것이 결정된 대기업이 침수차의 중고차 시장 거래를 차단할 대안으로 부상하는 것은 제언의 논리적 비약에 가깝다.

개인의 위법 행위에서 쌓은 프레임을 브랜드 신뢰도를 쌓은 조직이나 집단이 해결해 줄 것으로 전망 내지 분석하는 시각에는 어떠한 합리적 인과관계가 없다. 그러한 주장의 배경에는 결국 모든 중고차 소비자는 대기업의 인증 중고차만 사게 되면 침수 중고차를 사게 되는 사기 피해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는 객관적이지도 과학적이지도 않는 대기업의 시장 진입 논리만 깔려있다.

대기업 만능지상주의가 대한민국의 모든 매매 시장의 거래 질서를 회복하거나 정상화할 수 있다는 볼 수 있는 근거는 어디에서도 증명된 적이 없다. 마치 침수차가 중고차 시장에 들어오면서 발생하는 소비자 피해를 걱정하는 척하며 일방적 주장을 펼치는 일부 전문가와 언론의 태도는 치졸하다. 바라는 것이 있어 어떠한 현안에도 유사한 결론이 나오는 구조를 스스로 고착화하는 모습이다.

중고차 시장이든 어디든 소규모 거래시장에서부터 대규모 도매시장까지 도덕적 상거래 질서와 양심은 존재한다. 그리고 그 비중은 비양심보다 다수를 차지한다. 또한 그것을 지키기 위한 제도적 장치는 매번 유지돼왔다.

허위매물이든 중고차 시장 거래에 문제가 있을 때마다 레몬마켓, 정보비대칭 등 고질적, 문제적 단어들을 운운하며 대기업의 논리를 되풀이 하는 것은 이제는 지양해야 한다. 안 그래도 대기업은 중고차 시장에 들어온다. 그렇다고 대부분의 양심적 중고차 사업자와 딜러들을 현안마다 일반화 해 매도하는 행위를 전문가와 언론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할 일은 아니지 않을까 싶다.

출처 : 투데이 T(http://www.todayt.co.kr)

http://www.todayt.co.kr/news/articleView.html?idxno=39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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