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8. 8. 14:20ㆍ오피니언
[투데이T 이형구 기자] 대한민국에서 노동의 가치가 ‘규제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위협적인 도전에 직면할 조짐이 엿보인다. 친기업 성향의 정부가 경제계에서 줄기차게 개선을 요구해 온 장애물들을 ‘덩어리 규제’로 규정하면서 혁파하겠다고 나서며 적잖은 파장이 예상되는 분위기다.
최근 한겨레가 단독 보도한 바에 따르면, 국무조정실의 ‘고용·노동 분야 덩어리과제(규제)’ 목록에는 해고 사유 확대, 취업규칙 변경절차 개선, 기간제·파견 활용범위 확대 등 고용 유연화 관련 내용이 담겼다. 또 노사관계 분야에는 부당노동행위 형사처벌 조항 삭제, 노조 파업 때 대체근로 금지조항 개선, 노조의 사업장 점거 전면 금지 신설이 포함됐으며, 산업안전 분야에는 중대재해처벌법 개선, 사업장 안전 규제 중복 해소 등의 내용이 들어가 있다고 전했다.
대부분 새 정부 출범 이후 추진될 것으로 예견된 내용이기는 하지만 노골적으로 재계의 요구를 검토하고 있는 모습으로 보일 수 있어 벌써부터 노동계와 마찰은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현재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날개 없는 추락을 거듭하고 있는 가운데 별다른 쇄신책 없이 잦은 말실수와 인사 실패, 정책 혼선, 여당의 비상(?) 상황 등 국정 난맥상을 감안하면 가뜩이나 어려운 사회적 분위기에 기름을 붓는 형국이 될 수 있어 이 같은 친기업형 규제 개선 방안의 검토가 무슨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 들기까지 한다. 때문에 갈등을 야기할 규제 개선안이 취임 초기부터 ‘규제 혁파’를 외쳐온 대통령이 기업과 약속을 지키려는 뜻이라면 ‘무리수’이고, 여론 전환용 혁신안의 일부라면 ‘자충수’에 가깝다.
지금도 일선 노동 현장에선 안전 관리 미비로 노동자가 하루가 멀다 하고 다치거나, 사망하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 폭언과 부당노동행위는 가늠할 수도 없을 정도로 일상화된 곳도 부지기수며, 고용 유연화를 빌미로 벌어지는 변칙과 편법의 채용과 해고 행위는 수를 헤아릴 수도 없다. 이를 모르는 이가 없을 지경인데 여기에 기업의 강제를 뒷받침할 제도적 발판을 마련할 준비하는 움직임을 보인다는 것은 위험하다.
본지는 예전에도 말했듯이 무분별하고 공론화 없는 강경 일변도의 규제 완화가 능사가 될 수 없음을 지적해 왔다. 규제는 관리나 합리성을 찾기 위한 수정, 보완에서 답을 찾아야지 불필요한 적폐의 대상처럼 인식, 척결해야 한다고 보는 사회적 분위기는 불필요한 사회적 갈등의 양산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어서다.
지난 8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올해 1∼7월 상시 근로자 50인 이상(건설업은 공사금액 50억원 이상) 사업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 10건 중 4건 이상이 최근 5년간 사망사고가 있었던 기업에서 재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기간 50인 이상 사업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는 138건으로, 이 중 44.2%(61건)는 2017∼2021년 5년간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에서 또 일어난 것이다. 지난달 50인 이상 사업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는 30건으로, 작년 같은 기간(12건)보다 18건이나 늘었다. 30건 중 절반(15건)은 최근 5년간 사망사고가 발생했던 기업에서 재발한 것으로 조사됐다. 올해 1∼7월 사망사고 중 일부는 과거 해당 기업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이 된 요인을 기업이 방치해 유사한 방식으로 근로자가 숨진 경우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무엇이 달라졌다고 규제를 완화하고 어렵사리 만든 중대재해처벌법을 경영 부담을 덜어주는 방향, 즉 오너 처벌 위주 제도를 해소해 주기 위해 개선한단 말인가. 노동 사회는 기존 그대로이고 달라진 점을 찾기 어려운데 무슨 이유로 남아 있는 노동 현장의 최소한의 방어벽 수준의 규제를 혁파한다고 하는지 현재로선 충분한 설명은 찾기 어렵다.
아무리 검토 단계이고 정해진 게 없다고 정부는 설명하지만 노동의 위기가 사라지지도 않은 상태에서 편향적 규제 완화를 논하기 이전에 미흡한 노동 현장을 되돌아보는 게 그렇게도 현 정부가 하고 싶은 규제 혁파의 첫걸음일 것이다. 제발 공론화 좀 하고 제도를 좀 바꾸든지 했으면 한다. 최근의 교육부 실수처럼 모든 정책 검토나 추진이 도대체 뭐가 이리도 그리 급한가. 국민들에게 물어보고 해도 늦지 않으니 지지율 올리겠다고 서두르지 말아야 한다.는 점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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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투데이 T(http://www.todayt.co.kr)
http://www.todayt.co.kr/news/articleView.html?idxno=3864
[기자수첩] 정국 난맥상에서 불거지는 노동위기 조짐 - 투데이 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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