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10. 13. 15:06ㆍ산업
평균 기간 27개월, 금액만 약 13억원, 소송건수 104건
“문제는 후손해사정 관행…법 개정 통해 갑질 차단해야”
국토부 장관 “방향에 공감하나 정확한 방안 찾기는 과제”
시장 질서 훼손 ‘심각’…‘표준계약서’ 도입도 하나의 대안
[투데이T 장영균 기자] 자동차정비 시장은 손해보험업계와 정비업계의 오랜 시간 시장 규모의 차이가 불공정 거래 관행을 고착화하는 원인이 된 채 손보사만 막대한 수익을 내는 사이 소비자와 영세정비사업자는 상생 불가능한 구조를 만드는 비정상 형태의 시장이 됐다.
소비자들은 정비수가에 매번 불만을 느끼며 정비공장을 욕하고, 정비사업자는 손보사의 ‘갑질’ 거래를 비난하며 서로 멍이 들어 불신이 쌓여가는 사이 정비시장 전체는 고물가에 따른 물가상승 압력에도 제대로 된 목소리마저 내지 못하며 경영 위기와 극심한 인력난에 시름하고 있다. 대표적인 ‘기울어진 운동장’의 사례로 꼽히는 양 업계 간 무질서한 계약 관행의 근본적 원인과 문제점이 무엇인지 그 현황과 대안을 짚어봤다.
“미국서 43개주 채택…양 업계 갈등 끝내야”
정비업계에서 가장 먼저 불합리한 거래 형태로 꼽는 것은 보험수리비 장기미지급금이다. 말 그대로 손보사들이 ’갑‘의 지위를 활용해 수리비를 통상적으로 늦게 지급하는 관행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정비업체 경영난과 직결되는 것으로 시급히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지만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6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이 같은 지적이 제기됐다. 조오섭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에 따르면, 보험수리비 장기미지급금 등록시스템에 등록된 장기미수금만 12억9600만원, 평균 지급기간은 27개월에 달한다. 조 의원은 이런 관행을 해결하기 위해선 ’선(先)손해사정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손보사가 정비업체에 손해사정서에 있는 정비내역을 먼저 제공한 후에 정비를 진행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이날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에게 “현재 손보사의 갑질로 보이는 문제로 파악된 손보사와 정비업체 간 소송건수는 104건, 금액만 약 34억원에 이른다”며 “가장 큰 원인은 정비업체가 사고차를 우선 수리한 후에 보험사가 손해사정하는 ’후손해사정‘ 관행에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서울검사정비조합에서 앞서 시행한 선손해사정제도 시범운영을 사례를 언급하며 “이 제도는 이미 미국에서 보험감독자협의회. 즉 불공정거래모델법에 따라 43개 주에서 채택하고 있다”며 “자동차손해배상법 개정을 통해서라도 제도를 도입, 양 업계 간 갈등을 더 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하고 정비업체가 갑질 횡포를 더 당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원 장관은 선손해사정의 당위성은 인정하면서도 “해당 제도는 당연히 가야할 방향이라고 보고 있는데, 의외로 정비업체에서 ‘통합견적서 업무가 과중하다’고 난색을 표현하는 부분이 있어 어떻게 해야 작동 가능한지 부분에 대해 좀 더 정확한 방안을 찾아내는 과제가 있다”고 답했다.
정비업계, 전국 천억원대 이상 추정…“분쟁시 수금 미정”
그동안 정비업계 내에서도 보험수리비 장기미지급금에 대한 지적은 꾸준히 나왔다. 정비업계 양대 단체 중 하나인 한국검사정비연합회 자료를 보면, 지난해부터 올해 9월까지 접수된 보험수리비 장기미지급금 접수 총액은 약 33억6천만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9월 한 달간 서울, 경기, 충북, 전북, 광주 지역 상위 보험 4개사(삼성, 현대, DB, KB), 정비공장 54개 업체에서 접수된 평균 장기미수금만 해도 약 13억원(1160건), 업체당 평균 약 2400만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업체당 평균 21건, 건당 약 111만원에 달하는 수치다. 기간은 평균 660일에서 970일까지 지연됐다, 지역별로는 경기가 913일로 최장, 서울은 471일이 최단기간으로 분석됐다. 손보사별로는 삼성이 970일, KB가 666일로 분석됐다. 수리 건당 장기미수금은 서울이 약 123만원, 충북이 약 93만원이다.
한국검사정비연합회는 이 같은 수치를 전국 6500개 정비공장을 대상으로 확대하면 장기미수금 추정액은 수백억원이 넘을 것으로 보며, 전체 수리비 중 부품대가 약 50%를 차지하고 있는 만큼 정비공장과 부품대리점을 합산하면 장기미수금은 1천억원대를 상회할 것으로 분석했다.
정비업계에선 차는 먼저 수리한 후에 사고 과실 비율을 놓고 보험사 간 분쟁이 일어나면 수리비를 언제 받을 수 있을지 기약할 수 없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한다. 보험계약 당사자가 소비자이지 정비사업자가 아닌 탓에 수리비 지급을 독촉할 권한조차 없어서다.
반면 손보업계는 ‘선손해사정제도’를 도입한다면 정비공장이 부품비까지 계산해 청구내역서를 작성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정비공장의 결제 방식은 사고 한 건마다 결제가 이뤄지는데. 부품대리점은 한 달 단위로 결제를 하기 때문에 내역서를 작성하기 어렵다”며 “특히 부품비를 우리가 계산하면 세금 문제로 오히려 손해기 때문에, 우리가 내역서를 만든다면 부품 관리비나 창고 관리비를 받아야 한다”고 반박했다.
“권한도 책임도 없는 손해사정회사 존재 의문”
손보사를 대신해 보험정비요금 계약서를 쓰고 있는 일부 손해사정회사들의 오래된 ‘행태’가 시장 질서를 훼손하고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사고차 수리 시 보험금 또는 수리비의 지급 주체가 손보사임에도 대부분 손해사정회사가 7일에서 30일 이내 ‘수리비를 지급할 수 있도록 협조한다’고 명시된 계약서 자체가 문제라는 것이다.
정비사업자단체 한 관계자는 “일정 기간 내 지급하겠다고 약속하는 형태의 문서를 작성하는 것 자체가 사기에 가깝다”며 “법적으로 그들에게는 그럴 권한도 없고 책임도 없다. 그럼에도 마치 본인들이 ‘지급하도록 도와주겠다’는 내용이 게재된 것을 보면 이 제도의 맹점이 여실히 드러난다”고 꼬집었다.
정비업계 일각에서 이러한 폐단을 막기 위해 대안으로 건의하는 것은 ‘표준계약서’ 제도 도입이다. 연간 약 7조원의 자동차보험 수리비용에 대한 거래 관계를 공정한 계약서로 관리하자는 것이다. 한편 일상적인 보험금 지급 기한은 상법에선 10일, 자동차보험 표준약관에선 7일로 규정하고 있다.
업계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수차례 공정 거래 질서 확립을 위해 표준계약서를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을 정부에 제안했지만 ‘힘의 논리’ 때문인지 ‘정치적 로비력’의 차이인지 매번 업계가 만족할 만한 답변은 듣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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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투데이 T(http://www.today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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