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10. 22. 08:21ㆍ오피니언
2001년 헬무트 콜 전 독일 총리의 부인 한나로네 여사는 햇빛 알레르기로 인한 우울증으로 고통 받다 세상을 떠났다. 햇빛 알레르기는 피부가 태양광선에 노출되면 발진이나 가려움증이 나타나는데 증상이 나타난 부위가 간지럽다고 계속 긁게 되면 출혈이 일어나고 2차적인 상처를 만들어 감염증을 유발할 수도 있다.
실제로 현대인들이 비건 제품을 구매하게 된 동기는 다양하다. 가벼운 질환으로 치부되는 ‘흔한 질병’에는 식품, 햇빛, 금속 등 알레르기가 있다. 국내 화장품업계에서 수출 주력 상품으로 기초제품만큼 인기가 많은 제품은 바로 자외선 차단제인데 자연유래 성분에 포장 용기까지 친환경을 지향한다.
이런 소비 움직임에 힘입어 국내 화장품 업계에서는 식물성분에서 추출한 원료로 비건 인증을 받아 수출하고 있다. 자외선 피부보호제품은 러시아나 몽골국가에서 구매율이 높은 만큼 가격을 낮추고 식물성분에서 원료를 사용해 수출규모도 커지고 있다.
또 국내 소비자에게는 계절에 상관없이 필수 품목일 뿐 아니라 빛에 노출이 많은 스포츠업계, 연예인들이 장시간 차단력이 보장된다면 고가의 제품도 마다하지 않는다고 한다.
한국채식연합에 따르면 국내 비건인구는 2009년 기준 15만명에서 2019년 150만명으로 10년 사이 10배 가까이 증가했다.
뷰티업계에서 ‘비건 열풍’은 앞으로도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스킨케어 기초 제품에 이어 이제는 색조제품으로 확대되는 만큼 ‘비건 화장품’ 판매량은 꾸준히 증가세다.
아울러 1900~2000년대까지 소비자들의 가격지향, 실속 실용지향의 소비 패턴은 2000년대 후반에 가치를 지향하는 가치소비를 보인다. 이제는 가치나 신념에 따라 소비하는 경향이 MZ세대를 넘어 대중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비건(Vegan)은 단순히 채식을 하는 것을 넘어 동물 실험을 거치지 않거나 동물성 재료가 들어가지 않은 화장품 등을 구매하는 등 소비 습관을 바꾸기도 한다. 주로 성인병 예방이나 건강을 고려해 채식주의자가 된 기성세대와 달리 젊은 비건들은 동물 보호, 페미니즘 등 자신의 신념을 이유로 채식주의자가 된 경우가 많다.
이처럼 판매량이 증가하는 대표적인 이유 중 하나는 화장품 소비자의 인식 변화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그랜드뷰리서치에 따르면 세계 비건 화장품 시장 규모는 매년 평균 6.3% 성장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오는 2025년에는 세계 비건 화장품 시장 규모가 208억달러(약 23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이렇게 건강과 안전, 환경 문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화장품 성분은 물론 제조 과정까지 꼼꼼히 따져 구매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는 것이다.
화장품을 사용하는 목적이 이제는 아름다움의 추구만이 아니라 신념과 윤리의식을 담는 수단으로 바뀌고 있다.
소비트렌드 ‘미닝아웃(Meaning Out)’은 신념을 뜻하는 ‘Meaning’과 ‘벽장 속에서 나오다’라는 뜻의 커밍아웃(coming out)이 결합된 단어다. 남들에게 밝히기 힘들어 함부로 드러내지 않았던 자기만의 의미나 취향 또는 정치적 사회적 신념 등을 소비행위를 통해 적극적으로 표출하는 현상이 우리사회에 전염돼 더 큰 영향력을 가져오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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