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12. 29. 11:54ㆍ인터뷰
“마라톤 경기 같은 ESG, 지속가능 리더십과 경영혁신이 융합해야…
혁신의 가속화·완벽한 창조로 새로운 기업이 재탄생하는 과정이다”
[투데이T 창간특집 인터뷰-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
올해는 ESG 원년이었다.
서스틴베스트는 글로벌 ESG 트렌드의 중심축에 서 있다. 15년간 쌓아온 전문성을 바탕으로 지금도 긴 호흡을 가지고 미래를 위해 최대의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는 지속가능한 기업을 평가 선별한다. 기업의 특성에 맞는 ESG 경영전략을 찾도록 하고 혁신의 가속화로 완전히 새로운 기업으로 탈바꿈하도록 폭넓은 ESG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정부의 ‘2050 탄소중립’ 정책에 발맞춰 많은 기업이 내년 ESG 경영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2021년 창립 15주년을 맞은 국내 대표적인 ESG 평가기관 서스틴베스트의 류영재 대표를 만나 ESG 평가·리서치 사업에 대한 내용과 2022년 방향성에 대해 들어봤다.

ESG의 첫 발자국, 서스틴베스트는.
서스틴베스트는 15년 전, ESG 불모지인 한국에서 ESG 투자를 위한 사업으로 새로운 도전이 시작됐다.
서스틴베스트를 시작하기 전 금융계에서 오랫동안 근무하다가 영국 유학을 떠나 그곳에서부터 ‘지속가능한 투자’가 시대적으로 거스를 수 없는 원칙이라고 믿었다. 당시 글로벌 금융계는 이미 기존의 투자 방식으로는 지속가능한 투자 수익을 얻어내기 어렵다는 시장의 흐름과 분석이 나와 있었다.
국내 기업의 성장, 시장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ESG 경영과 투자만큼 중요한 것은 기업평가와 기업을 바라보는 시각의 변화라고 생각했다.
ESG를 한마디로 정의한다면.
‘기후변화’라는 위기를 직면하게 된 기업이 손실을 최소화하고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 운영을 위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요소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ESG가 이슈화됐다.
사실 ESG를 잘 구현한다는 것은 기업이 철학을 갖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필요한 환경과 사회에 대해 기업이 책임을 다하는 것이다. 최고 경영자는 ESG가 일상 경영에 내재화돼 있어야 한다.
정부도 지난해 7월 ‘그린 뉴딜’을 포함한 ‘한국판 뉴딜’을 발표하고, 10월에는 2050년까지 탄소 순배출량을 0으로 만들자는 ‘탄소 넷 제로(탄소 중립)’를 선언했다. ESG와 관련된 정보 공개도 확산하는 만큼 각국의 정보 공개 표준화를 위한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ESG 경영, 누가 어떻게 평가하나.
ESG 개념이 유럽 중심으로 만들어졌다. 유럽은 동물 복지를 인권 문제와 동일시한다. 한국은 ESG 분야에서 이보다는 황사, 미세먼지 문제에 더 예민하다. 산업재해, 기업 처벌법, 협력사와의 공정거래, 지배구조, 일감 몰아주기에 관심이 더 많다.
평가기관 자체가 전 세계에 200여개, 지표만 1000개가 넘는다. 서스틴베스트는 통계분석을 통해 어떤 ESG 지표가 기업의 재무제표와 상관관계가 있는지를 분석하고 이와 함께 전문가 설문조사로 업종별 ESG 가중치를 조정한다. 이후 공시 정보와 정부가 공개한 정보를 모아 대규모 기업집단 리스크, ESG 이슈와 관련된 논란이 되는 사안 등을 반영해 서스틴베스트만의 모델로 평가를 진행한다. 점수를 산출한 뒤에는 평가대상 기업들에 피드백 리포트를 발송하는 검증 절차를 거친다. 이를 통해 오류를 검증하고, 때론 평가에 이를 재반영해 최종 점수를 낸다. 평가는 1년에 두 번 진행한다. 등급은 AA, A, BB, B, C, D, E 7개로 나뉜다. C등급 이상이 투자 가능 종목, D와 E등급은 투자 배제 종목이다.
서스틴베스트의 ESG 평가기준과 방식은.
2007년부터 국내 상장기업의 ESG를 평가해왔다. ESG 투자를 제대로 하려면 신뢰할 만한 관련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돼 공정한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 한국 기업 실정에 맞는 ESG 평가체계가 필요했다. ESG에 대한 글로벌 기준을 기반으로 한국만의 특수한 규제, 가이드라인을 모았다. 4개월간 ESG 관련 전문가 70명을 만나 평가모델을 완성했다. 평가 기업 수는 2013년 600개를 넘긴 후 현재 1000개로 급증했다. 이를 데이터화해 체계화하고 있다.
ESG 중 환경(E)과 사회적 책임(S) 부문은 산업별 특성을 반영한다. 산업별 중요 이슈와 비중에 민감해야 한다. E, S, G 중 어떤 부문을 중요시하고 비중을 두는지에 따라 리스크도 달라진다. 사실 G야말로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한다. E와 S가 기업 외부 요인이라면 G는 내부요인이다. E와 S를 아무리 잘해도 G를 잘 못하면 100년 된 기업도 한 번에 무너진다. G를 통해 E와 S가 잘 돌아가게 해 줘야 한다.
국내 최초 구축 ESGValue™모델이란.
서스틴베스트는 국내 시장 여건에서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평가하기 위해 ESGValue™을 개발했다. 글로벌 ESG 기준을 반영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국내 기업의 ESG를 평가하는 데에 필요한 추가 요소들이 담겨있다. ESG가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초창기부터 기업을 평가하면서 한국 시장의 특수한 상황을 분석해 한국형 ESG 평가 모형을 발전시켜왔다.
대기업과 중견기업, 그리고 중소기업 간 인력과 자본의 차이로 인해 발생하는 ESG 경영의 수준을 감안해 기업의 규모별로 점수 및 등급 산출 기준을 다르게 적용하는 방법론을 도입해왔다.
서스틴베스트는 ESG 평가를 2가지로 제공하고 있는데 그중 하나는 ‘규모별 등급’이다.
규모가 큰 기업에는 강화된 기준, 규모가 작은 기업에는 완화된 기준을 적용해서 ESG 평가를 진행한다. 다른 하나는 ‘전체 등급’이라 해서 기업의 규모와 상관없이 모든 평가대상에 동일한 기준을 적용해서 ESG 평가를 진행한다.
정부의 공공지표와 관련해 다른 점은.
산자부의 K-ESG 지표나 민간 ESG 평가기관의 지표나 크게 다른 점은 없다. 민간 ESG 평가기관들 사이에서도 중요하게 보는 국내 ESG 이슈들은 대동소이하다.
자산보유자, 자산운용사, 평가기관 같은 서비스 공급업체로 구성된 ESG 생태계가 동반 발전해야 한다. 특히 ESG 평가를 공정하고 투명하게 하려면 공공이든 민간이든 평가업체의 역할이 중요하다.
정부는 공공지표를 바탕으로 ESG 투자 활성화를 위한 인프라 구축할 수 있다. ESG 투자 인프라의 초석은 ESG 정보 공개다. 기업의 재무정보 공개가 일정 수준 이상 법으로 의무화돼 있듯이, ESG 정보 공개 또한 정부와 같은 시장 감시자가 이끌어주어야 다양한 정보를 기반으로 ESG 수준도 향상될 수 있다.
정부가 주목해야 할 점은.
국내산업은 제조업을 중심으로 중소중견기업 비중을 가장 많이 가지고 있다.
정부는 대기업을 중심으로 한 ESG 경영 도입 유도도 중요하지만 국내 중소중견기업에서 ESG 경영전략을 어떻게 구축 확산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전략 마련이 필요하다.
정부는 투자자들이 ESG 성과가 우수한 기업을 선별할 수 있고, 기업들이 경쟁사와의 건강한 경쟁을 통해 ESG 성과를 높일 수 있도록 ESG 정보공시 확대를 촉진해야 한다.
국내 기업들은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통해 ESG 정보를 자율공시하고 있는데 향후 ESG 공시의무를 제도화하는 것은 해당 정보의 표지를 확정하는 한편 정보의 정확성, 비교가능성, 균형성, 검증가능성 및 적시성의 확보를 통해 체계화할 필요가 있다.
기업이 ESG 경영을 위해 준비해야 할 것은.
ESG가 개념으로 끝나지 않고 새로운 혁신 비즈니스 모델로 성장하는 데는 ‘ESG 경영을 왜 해야 되는가’에 대해서 명확한 인식이 필요하다.
올해 많은 기업이 ESG 활동을 시작했는데 고비용 경영에 돌입한 만큼 이제 지속가능한 결과가 실적으로도 나와야 한다. 경영실적이 향상되든, 주가가 오르든 기업이 차별화된 효용성 있는 결과를 도출하는 것도 중요하다.
각 기업이 당면한 ESG 관련 이슈가 어떤 것이 있는지 파악하는 것도 좋다. 모든 ESG 이슈에 대해 전략을 세우려 하기보다 해당 기업의 산업군과 관련된 ESG 이슈를 파악하고 관리하고 대응체계를 세워야 한다. 동일 산업군의 ESG 전략 모범 사례를 참고하고 각 기업에 맞게 적용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ESG 수준 높이는 소비자의 역할은.
기본적으로 소비자는 이 회사가 ESG를 잘 준수하는 기업인지, 또는 사회적 문제나 환경적 가치를 높이는 활동을 하는지 평가해야 한다.
경영은 기업이 하고 투자는 투자자가 하지만 그 대가는 소비자가 치르기 때문이다.
소비함에 있어 환경이나 사회적으로 선한 영향력을 미치는 제품은 더 높은 비용을 지불하고서라도 구매할 의사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ESG 친화적인 투자에 대한 높은 수요로 인해 고평가된 회사들도 있다. 기업의 가치철학과 실질적인 행보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판단할 줄 알아야 한다.
ESG의 변화와 방향성에 대한 의견은.
미국과 EU에서 ‘ESG 기본법’을 제정하면서, 자연스럽게 금융투자 측면에서 ESG 경영의 영향력은 커지게 됐다.
세계적인 자산운용사를 필두로 해 국내외의 금융기관들이 ESG 투자를 빠르게 확대함에 따라, 기업들은 ESG 경영을 강화하는 것이 생존의 문제인 것이다.
ESG 경영에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면 투자유치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는 구도가 형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업이 투자자로부터 투자를 받고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 위한 평가에 연연하지 않아야 한다. ESG 평가에서 높은 등급을 받았느냐 낮은 등급을 받았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ESG 경영에서 기준점을 잡고 기업환경을 개선하는 것이 중요하다.
서스틴베스트는 기업이 ESG 정책과 ESG 프로그램을 갖추고 있다고 해서 ESG 경영을 하고 있다고 말하지 않는다. 실질적 ESG 성과가 보이지 않으면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 어렵다. 따라서 기업은 재무 리스크뿐만 아니라 비재무적 리스크까지 관리해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높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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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는.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는 국내 대표적인 이에스지(ESG) 개척자이자 전문가로 꼽힌다. 2006년 ESG 평가회사인 서스틴베스트를 설립한 이후 ESG와 사회책임투자의 불모지와 같은 한국 자본시장에서 선도적 역할을 해왔다. 유엔글로벌콤팩트, 한국사회투자, 국민연금, 사회책임투자포럼 등 ESG와 관련된 다양한 기관의 운영위원과 이사를 역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