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1. 14. 12:03ㆍ산업
위법성 인정하고도 ‘봐주기’ 비판 불가피
현대차·기아 “조치 안 된 차종도 조속히 시정”
'불공정 시장구조 간과한 결정' 지적도 팽배
정비업체에 '구속조건부 거래' 강요도 문제

[투데이T 김정규 기자]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자동차 수리시 ‘자사 순정부품’을 쓰지 않으면 고장이 나는 것처럼 거짓으로 광고한 사실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가 시정조치와 부당이득에 다른 과징금 조치 없이 벌점 부과에 불과한 제재인 ‘경고’ 결정을 내리면서 시민사회단체의 반발이 일고 있다.
그동안 현대·기아차가 완성차업체로서 지배적 지위를 이용해 얻은 이득과 소비자에게 부당한 정보 제공, 중소 부품업체의 시장진입 차단 등을 감안한다면 더 무거운 제재가 내려졌어야 한다는 것이다. 대기업 ‘봐주기’가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한편 이들 기업은 여전히 일부 차종에 대해 지적된 표시를 고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순정부품 쓰면 고장“ 거짓·과장광고 판단
지난 12일 공정위는 자사 순정부품의 성능 등에 대해 거짓·과장 광고를 한 현대차와 기아에 경고 조치를 한다고 12일 밝혔다. 이 조치는 공정위가 내릴 수 있는 가장 낮은 수준의 제재이다.
공정위 조사 결과에 따르면, 현대차와 기아는 2012년 9월∼2020년 6월 자신들이 제작·판매하는 차량의 취급설명서에 ‘차량에 최적인 자사 순정부품을 사용해야만 안전하고, 최상의 성능을 유지할 수 있다’, ‘비(非)순정부품의 사용은 차량의 성능 저하와 고장을 유발할 수 있다’ 등의 문구를 적었다. 해당 차종은 그랜저, 쏘나타, 아반떼, G70 등 현대차 23종과 레이, 모닝, K3 등 기아 17종이다.
공정위는 이 같은 표시가 마치 순정부품 이외의 모든 부품의 품질이나 성능이 떨어지고 사용에 부적합한 것처럼 표현한 것으로 거짓·과장 표시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정부의 순정부품과 성능은 같지만 가격은 저렴한 ‘인증 대체부품’ 사용을 권장하는 정책과 배치되는 부분도 판단에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와 기아가 쓰는 순정부품은 계열사인 현대모비스가 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OEM) 방식으로 하청업체로부터 납품을 받아 공급하고 있다. 그 외의 모든 부품은 비순정부품으로 불린다.
비순정부품에는 현대모비스에 납품하는 업체의 제품도 포함된다. 즉 같은 업체에서 생산한 동일 성능의 제품인데도 ‘현대’ 브랜드가 붙었느냐 아니냐에 따라 순정부품과 비순정부품으로 구분해 위험성이 다르다고 거짓 광고를 한 것이다. 이 밖에도 국내외 규격을 충족한 규격품, 국토교통부가 지정한 인증기관에서 OEM 부품과 품질이 유사한지 인증받은 인증 대체부품도 비순정부품으로 분류된다.
국내 소비자만 ‘호갱’…달랑 ‘경고’, 거짓표시 여전
현대차와 기아가 미국 등 해외에서 파는 차량에는 국내와 달리 ‘모조품이나 위조품, 불량품을 쓰면 성능이 떨어지거나 고장 날 수 있다’고만 표시한다는 점에서 국내 소비자만 ‘호갱’ 취급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현대차와 기아는 이 같은 거짓 표시로 소비자들의 순정부품 구매를 유도해 큰 경제적 이익을 얻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앞서 참여연대는 2019년 에어컨 필터, 전조등 등 6개 항목의 가격을 조사한 결과, 순정부품과 규격품이 유사한 품질에도 불구하고 최대 5배에 달하는 가격 차이를 보였다고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공정위의 제재 수위는 가장 낮은 경고에 그쳐 ‘솜방망이 제재’라는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로는 검찰 고발, 과징금 부과, 시정명령, 경고 등이 있다. ‘공정위 회의 운영 및 사건 절차 등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법 위반 정도가 경미한 경우, 위반행위를 스스로 시정해 시정조치의 실익이 없다고 인정하는 경우 등에 경고를 의결할 수 있다.
공정위는 현대차와 기아에 경고 조치를 결정한 이유로 2000년대 초 수입산 가짜 부품이 사회적인 문제가 되자 소비자에게 비순정부품의 사용에 대한 주의를 촉구하기 위해 해당 표시를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점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다른 국내 사업자들도 유사 표시를 사용하고 있는 점, 2018년 11월 이후 출시된 신차종의 취급설명서에는 해당 표시를 삭제한 점 등도 이유로 덧붙였다.
하지만 팰리세이드, 스타렉스 등 일부 차종의 경우 여전히 취급설명서에 문제가 된 표시를 고치지 않았고, 위법 행위 기간이 더 길었음에도 공정위가 공정거래법상 처분 시효 때문에 8년 기간밖에 판단하지 못한 점 등을 고려하면 적어도 시정명령 조치는 내렸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정명령의 경우 피심인(기업)이 이행하지 않을 경우 검찰 고발조치가 가능하다.
실제로 이 사건을 다룬 소회의에서는 제재 수위에 대한 위원들 간 의견이 엇갈려 치열한 공방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기아는 “공정위 결정을 존중하며, 앞으로도 소비자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하겠다”며 “공정위 조사 전 대부분 (시정) 조치를 했음에도 실수로 빠진 부분은 조속히 시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해외 시장과 표시가 다르다는 지적에는 “미국의 경우 자가 정비가 많아 모조품, 위조품 등의 표현을 썼지만 국내의 경우 대부분 정비업체에 위탁해 수리하기 때문에 비순정부품이란 표현을 썼던 것”이라며 “2019년 이후로는 국내에서도 비순정부품이라는 표현을 빼고 있다”고 말했다.
“제재 수위 ‘솜방망이’…과징금 부과, 고발조치해야”
이러자 한국소비자연맹, 녹색소비자연대, 참여연대 등 3개 소비자·시민단체는 지난 13일 공동논평을 통해 “부품업체의 인증부품을 비순정부품으로 거짓·과장 표시한 것이 위법 사실이 명백하고 OEM부품을 순정부품으로 비싸게 팔아 부당이득을 취득한 사실이 장기간임에도 공정위가 과징금도 없이 ‘경고’ 수준에서 제재한 것은 심히 유감”이라고 밝혔다. OEM부품과 동등한 부품을 생산하는 중소 독립부품업체의 시정접근을 원천 차단하고 정비업체에 순정부품만을 판매 강요하는 등의 불공정 시장구조를 간과한 결정이라는 것이다.
또한 이들은 “현대기아차가 2018년 신차종부터 ‘순정부품’ 표시를 삭제했다 하더라도 이미 장기간에 걸쳐 상당수 차종(현대차 24종, 기아 17종)의 자사 OEM부품을 인증부품 대비 1.5~4배 비싸게 판매해 폭리를 취해왔다”며 “여전히 순정부품 표시가 시정되지 않은 차종이 있는 점을 감안하면 그에 상응하는 과징금 부과, 고발조치 등이 내려졌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현대·기아차가 현대모비스가 공급하는 OEM부품을 사용하지 않는 정비업체에 하위 등급을 주는 등 사실상 ‘구속조건부 거래’를 강요하고 있다는 문제가 제기되기 했다는 점도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공정위는 현대기아차 이외의 완성차제조업체도 순정부품에 관한 부당한 표시광고 행위를 하는 지에 대해 조사해 적극적인 시정조치를 해야 한다”며 “현대기아차는 부품사와 소비자들에게 위법 사실을 시인하고, 오해 소지가 많은 순정부품‘ 용어를 절대 사용하지 않겠다고 약속해야 하며, 자동차부품사와 상생에 적극 나설 것”을 촉구했다.
http://www.todayt.co.kr/news/articleView.html?idxno=1880
현대차·기아, ‘순정품’ 거짓광고 ‘뭇매’…공정위, 경고에도 원성 ‘심화’ - 투데이 T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자동차 수리시 ‘자사 순정부품’을 쓰지 않으면 고장이 나는 것처럼 거짓으로 광고한 사실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가 시정조치와 부당이득에 다른 과징금 조치 없이 벌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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