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T 데스크칼럼] 대통령이 일할 자리는 언제나 우리 곁에 있었다

2022. 3. 22. 15:31오피니언

[투데이T 김정규 기자] 시작도 안 했는데 벌써 걱정이다. 대통령 선거가 끝난 지 한 달도 되지 않았는데 민주적 성숙도가 높은 시민의 ‘승복’과는 무관하게 잡음이 끊이지를 않는다. 뭐가 그리도 급했는지 집무실 이전을 두고 신구권력 투쟁이 한창이다. 제대로 된 일을 하기 위해 가장 먼저 서둘러 해야 할 일은 집무실을 옮기는 것이고, 그 지점에선 50일 후 국군통수권자로서 가장 엄중히 생각해야 할 안보 공백은 유념하지 않는 모습이다.

마치 작금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과거를 추억하는 드라마 속에서 ‘클리세’로 자주 나오는 장면. 공부 못하는 애들이 습관적으로 공부하기 전 책상을 치우고 자리를 정리 또는 집착하며 새 마음가짐을 다짐할 때 표출되는 치기가 연상된다.

군 당국의 당혹감과 같은 당내에서의 우려와 여론의 근심 어린 시선에도 아랑곳없는 윤 당선인과 인수위원회의 머릿속에는 빨리 자리를 정하고 일해서 전 정권과 차별화한 모습으로 일할 생각뿐인 것 같다. 그 자세와 의지만은 칭찬할 일이지만 그 절차와 소통의 방식은 아마추어 같아 안타깝기까지 하다.

보수정당의 길잡이임을 자처하는 자칭 1등 신문의 나이 지긋한 논객이 칼럼에서 지적한 대로 윤 당선인은 정치인이 아니라 ‘어쩌다’ 당선된 대통령이고, ‘0.73%p차 대통령’이라는 딱지에서 임기 내내 자유로울 수 없어 저리도 서두르는 것인가. 빠르게 무엇이든 성과로 보여 주고 싶으니 그럴 것이고, 그래야 그 선택의 정당성을 확보하는 것처럼 스스로를 위로할 수 있으니 그 마음. 이해 못 할 일도 아니다.

하지만 일에는 분명 순서가 있다. 하물며 한 나라의 정권을 인수한다는 대표자와 집단(인수위)이 “일을 빨리하고 싶다” “일을 하고 싶을 뿐이다”라고 되뇌며 ‘일을 할 수 있는 유일한 자리’ 탓만 하는 모양새는 그들이 앞으로 중차대한 나랏일에 대한 전문성을 자주 ‘내용이 아닌 형식’에서 찾으려 할까 우려스럽다.

우리 내 실생활에서도 때로는 형식이 내용을 압도하며 본질을 흐리기도 하고 궤도를 벗어난 논점으로 시간을 허비하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형식에 대한 논쟁은 언제나 방법론에서 그치는 협의로써 단시간의 효율성을 확보해야지, 내용 그 자체의 본질을 흩트리는 정쟁의 도구가 돼서는 안 된다.

지음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들은 단기간에 과거와 다른 브레인들이 모인다고 해서 해결할 수 있을 정도로 녹록한 사안이 아니다. 치유 불가능하게 고착화하고 있는 양극화, 초고령 사회를 눈앞에 둔 고령화, MZ세대 트렌드만 쫓다가 놓치고 있는 전 연령대의 높은 실업률과 낳고 싶지 않은 정서가 기저에 깔려 자연스레 만들어진 저출산, 누구도 알고 싶어하지 않는 소외·취약계층의 사회적 불안과 세계적 경제 위기와 장기간의 저성장, 대한민국에서 모든 이슈를 단번에 빨아들일 수 있는 힘을 얻게 된 부동산 문제가 과연 몇 사람 모여 정권이 바뀌었으니 5년의 시간만 주어지면 해결될 사안이었는지 묻고 싶어진다.

의욕. 그 자체는 평가를 절하고 싶지 않지만 순서를 무시하는 성급함은 경계해야 한다. 지금은 어디에서 일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보다, 그들이 수없이 외쳤던 정권교체의 당위처럼 무엇을 가장 먼저 손보며 코로나에 지치고 지친 우리나라 시민들과 절벽에 내몰린 수많은 소상공인과 팬데믹 시대 우리가 놓친 사각지대를 다독이며 산적한 국가적 현안들에 대한 공부부터 하는 게 급선무다. 입장이 바뀌었으니 말이다.

서두를 필요도 없고 어설픈 포퓰리즘의 유혹에 현혹될 필요도 없다. 이제는 대통령에게 무엇을 크게 기대하지 않는 시민들이 된 지 오래기 때문이다. 시민의 동의를 얻지도 않은 채 무언가를 보여 주려다 혹독한 대가를 치른 대통령은 한둘이 아니다.

어차피 성적표는 5년 후에나 나온다. 제대로 시작도 하기 전에 과속하다 페이스를 잃으면 답이 없다. 시민들에게 ‘새 시대’를 외쳤으면 그에 상응하는 결과물을 보여줘야 한다.

이제 대통령은 5년짜리 마라톤의 출발 선상에 섰다. 벌써 많은 ‘그들’이라는 페이스메이커들이 대거 포진, 함께 달릴 준비를 하고 있다. 그러나 결국 ‘우리’라는 시민들이 같이 달리지 않는 한 5년 후에도 크게 지금과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정치적 욕받이의 대상만 바뀐 채 또 다른 ‘새 시대’를 기대하고 있을테니. ‘한 나라의 정치 수준은 딱 그 나라의 국민 수준’이라는 말처럼 이제 다 같이 수준 높일 수 있는 새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 새 시대는 과거에도 현재도 미래도 누가 나에게 주워서 쥐여 주었던 게 아니었다. 내가 쟁취하는 것이었고 역사가 우리에게 가르쳐 준 것은 그것뿐이었을 수도 있다. 거기에는 예외가 없었고 지금도 없다. 우리 모두 또 다시 출발선에서 숨을 고를 때이다. 서두를 필요는 없다.

http://www.todayt.co.kr/news/articleView.html?idxno=2575 

 

[데스크칼럼] 대통령이 일할 자리는 언제나 우리 곁에 있었다 - 투데이 T

시작도 안 했는데 벌써 걱정이다. 대통령 선거가 끝난 지 한 달도 되지 않았는데 민주적 성숙도가 높은 시민의 ‘승복’과는 무관하게 잡음이 끊이지를 않는다. 뭐가 그리도 급했는지 집무실 이

www.today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