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T 기자수첩] 중고차 허위매물은 실체인가 허상인가

2022. 7. 21. 12:34오피니언

[투데이T 장영균 기자] 중고차 시장에는 유령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 허위매물이라는 유령의 공포가.

중고차 허위매물은 중고차 시장에 대한 부정적 평가의 핵심 열쇳말로 작용해 왔다.

말 그대로 ‘허위’ 매물은 미끼상품으로 소비자를 거짓으로 유혹해 구매를 유도하는 자리까지 낚은 후 값비싼 다른 상품으로 대체해 덤터기를 씌우거나 문제 차량을 떠넘기며 소비자 피해를 양산해 왔다. 이 과정에서 강압과 사기, 폭력 등 불법 행위도 스스럼없이 자행돼 사회적 문제가 되기도 했다.

이렇게 쌓인 부정적 시선은 종국에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의 빌미가 됐으며, 완성차는 브랜드 인증으로 이 같은 무질서를 바로잡겠다는 의지를 공공연한 명분으로 삼으면서 중고차 시장의 역학 구도는 새로운 재편을 앞두고 있다.

막상 허위매물은 실체가 없는 상품을 거짓으로 꾸민 것에 불과하다. 허상인 것이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이 허상에 이끌려 시장으로 들어오고 헛된 기대감은 실제적 위법에 무방비로 노출됐었다. 결국 허상은 실상을 초래하고 ‘악화(惡貨)가 양화(良貨)를 구축(驅逐)한다.’며 시장의 대외적 이미지는 부정적 프레임에 덧씌워졌다.

중고차 매매업계가 수년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보호를 받으며 유지해오던 장벽이 무너진 것은 일면 당연한 결과였지만 장벽의 붕괴는 이러한 작은 인식의 전환을 이루지 못한 데서 출발한 것은 아닐까 싶기도 하다.

중고차 시장에서 누가 주도적 지위를 차지하든 허위매물은 사라질 수 있을까. 단연코 없다. 사라질 수가 없어서다. 실체가 없는 매물이 사라진다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사람의 잘못된 상술이 만들어 낸 허상이 사라지거나 줄어들기를 기대하는 것은 순수하고, 정책이나 브랜드가 일종의 역할을 할 것이란 전망도 객관성을 결여하고 있다.

한때 허위매물은 수도권을 중심으로 이동에 이동을 한다는 업계의 정설 같은 풍문이 있었다. 문제가 생겨 한 지역에 대해 단속을 시작하면 ‘풍선효과’로 문제의 매물들이 인근 지역으로 옮겨가곤 했다는 것이다. 서울을 돌고 돌다 수원으로, 수원에서 인천으로 그리고 부평으로 허위매물은 잦은 이사를 하며 실체 없는 음성의 명맥을 유지하는 것이다. 최종 목적지가 인천 지역 일대가 될지는 모를 일이지만 허위매물의 망령은 전국을 돌며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차라리 설득력이 있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

허위매물이 ‘있다’는 말은 존재적 의미 규정으로 봐서는 맞는 말이다. 지금도 온라인상에서 소비자들의 ‘싸고 좋은 차’를 고르려는 마음을 파고들어 기생하고 있으며, 그 부작용의 마중물로서 역할을 다하고 있다. 아마도 대기업이 들어오거나 매매업계의 인증중고차가 보장성을 확보하는 많은 전략 사업을 진행한다고 해도 시장의 틈새에서 살아남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허위매물은 엄연히 존재한다.

하지만 다른 의미에서 허위매물은 ‘없다’. 애초에 없었다. 중고차 차고지에 상주하고 있던 상품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속이기 위해 만들어진 허상이고 조작된 정보로 무장해 있던 허위매물은 그저 그릇된 이미지이고 부풀려진 숫자에 불과했다. 불법 매매사업자와 무자격 딜러들이 만들어낸 무형의 상품이었기에 전국 사업자 주차장 어디에서도 그 매물은 찾을 수가 없다.

허위매물로 대표되는 중고차 시장 질서를 회복하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그것은 시장 주체의 규모의 문제도 자격의 문제도 아니었다. 속고 속이며 불법으로도 매출을 극대화하려는 잘못된 거래 관행의 문제였다. 시장의 문제가 아닌 사람의 문제였고 상도덕의 문제였다. 이 모든 것들 또한 무형의 가치로서 일면 허위매물과 같이 존재의 이중성을 내포하고 있다.

허위매물이 있고 없고는 중요치 않다. 앞으로 새로운 사업자들의 진입과 기존 사업자들 모두 새로 열린 각축장에서 자신들의 이익을 극대화하며 사업을 영위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허위매물 또한 유령처럼 그들과 공생할 것이다. 있으면서도 없고 없으면서도 있는 그 무엇을 잠시나마 고민했던 것은 이 시장의 발전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게 빠진 채 또 다른 뜬구름들을 잡는 것은 아닌가 하는 기우에서였다. 치열한 시장에서 일부 소비자들의 피해는 불가피한 부분이라는 인식에서는 중고차 시장의 선진화는 그 무엇이 들어와도 달라지지 않을 것이란 확신도 이 글을 쓰는 데 한몫했다. ‘인증’만이 넘치는 중고차 시장에서 그 실체와 허상도 동시에 고민하며 글을 마무리해야겠다.

출처 : 투데이 T(http://www.todayt.co.kr)